“오열하는 역할 안하려 했는데 ‘무빙’ 시나리오 보곤 욕심 생겨”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9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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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능력자 아빠로, 싱글 대디로
시청자들 눈물 쏟게 만든 류승룡

디즈니플러스 드라마 ‘무빙’에서 재생초능력자 장주원 역을 맡은 배우 류승룡. 올해 53세인 그는 “이야기꾼이 많은 나라에서 태어나
 배우를 할 수 있다는 게 감사하다”며 “50세가 넘었지만 항상 새로운 역할을 탐구하고 도전하는 배우가 되겠다”고 말했다.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디즈니플러스 드라마 ‘무빙’에서 재생초능력자 장주원 역을 맡은 배우 류승룡. 올해 53세인 그는 “이야기꾼이 많은 나라에서 태어나 배우를 할 수 있다는 게 감사하다”며 “50세가 넘었지만 항상 새로운 역할을 탐구하고 도전하는 배우가 되겠다”고 말했다.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밑바닥 삶을 살던 조폭의 인생에 불쑥 다방 종업원인 여자가 등장한다. 한눈에 사랑에 빠진 이 투박한 남자. 여자의 얼굴을 보려고 다방 전화가 불이 나도록 커피를 시킨다. 남자의 순수한 내면을 알아본 여자는 웃으며 그의 손을 잡는다. 그렇게 인생 처음으로 ‘쓸모’를 얻은 남자는 여자와 삼겹살을 구워 먹으며 따뜻한 날들을 보낸다. 하지만 행복도 잠시, 남자를 노리는 세력에 의해 불의의 자동차 사고를 당한 여자는 눈을 감는다. 남자는 여자가 선물처럼 남기고 간 딸을 지키리라 다짐하며 매일 눈물을 훔친다.

20일 최종화가 공개된 디즈니플러스 드라마 ‘무빙’ 속 재생초능력자 장주원의 서사다. 수없이 본 신파인데도 몰입도 있는 연기력을 통해 시청자들이 속수무책으로 눈물을 쏟게 만든 배우 류승룡(53)을 25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류승룡은 이날 후줄근한 옷차림에 피범벅 된 장주원의 모습이 떠오르지 않을 만큼 멀끔한 남색 양복 차림이었다. 하지만 ‘무빙’의 성공 소감을 묻자 그는 사랑하는 여자 지희(곽선영) 앞에 선 주원의 모습으로 되돌아왔다. 상기된 표정으로 수줍게 “저뿐만 아니라 ‘무빙’에 출연한 모든 배우가 아직도 과몰입 상태”라고 했다.

‘무빙’에서 가장 슬픈 장면을 꼽으라면 지희를 잃은 주원이 상복으로 갈아입으며 통곡하는 부분이다. 류승룡이 박인제 감독에게 직접 제안한 장면이다. 그는 작품을 하면서 유난히 오열하는 장면을 많이 찍었다. 영화 ‘7번방의 선물’(2013년)에서 7세의 지능을 가진 ‘용구’ 역할을 할 때도, 넷플릭스 시리즈 ‘킹덤’(2019년)에서 아들을 잃은 ‘조학주’로 분했을 때도, 1600만 관객의 코미디 영화 ‘극한직업’(2019년)에서조차 오열 장면이 있었다. 그는 “우는 장면 촬영이 (심적으로) 힘들었다. 오열하는 역할은 당분간 안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무빙’ 시나리오를 보고 ‘이런 장면은 연기 인생에서 한 번 도전해 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고 했다. 이 장면을 찍으면서 몸도 마음도 힘들어 두 번이나 구토를 했다. 자칫 신파로 흐를 수 있는 주원과 지희의 서사가 잘 공감됐다는 평가에 대해서는 “시청자들 역시 가장 소중한 걸 잃은 경험이 있을 텐데 그런 부분이 공감과 위로를 얻었던 것 같다”고 했다.

20년 넘게 연기를 해온 그에게도 ‘무빙’은 특별한 작품이다. 그는 “‘무빙’ 촬영장 자체가 초능력자들이 모인 곳 같았다”고 했다. 그는 “우리나라 스태프의 현장 대처 능력과 순발력은 세계 최고다. 프랭크(류승범)와 대결을 벌이는 장면이 조금 약해 보여 즉석에서 차 문짝을 떼어서 때리는 장면으로 바꿨다. 모든 현장 감독들이 모여서 1시간 만에 현장을 만들어 내더라”며 혀를 내둘렀다.

원작자인 강풀 작가의 고집으로 각 캐릭터 서사를 1, 2회씩 길게 쌓아 나간 것에 대해서는 “우리 모두가 각자 인생의 주인공인데 ‘무빙’이 그런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주원에 대해 “관심과 사랑, 공감과 위로가 길을 잃고 방황하던 사람을 어떻게 변화시켜 나가는지 표현하고 싶었다”고 했다.

‘무빙’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종합 화제성 순위 1위에, 아시아태평양 국가들에서 디즈니플러스 최다 시청 시간을 기록하며 큰 성공을 거뒀다. ‘무빙 시즌2’에 대해 류승룡은 “강 작가가 환갑 때까지 몸 관리를 잘하라고 했다”며 웃었다. 앞서 22일 김소연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대표는 “‘무빙 시즌2’ 제작에 확고한 의지가 있다”고 말했다.

류승룡에게 다른 초능력을 가질 수 있다면 어떤 능력이 탐나느냐고 물었다. “음…. 시간초능력요. 시간을 되돌리면 지희를 살릴 수 있지 않을까요.” 장주원 캐릭터에 대한 ‘과몰입’이 분명해 보였다.

#무빙#초능력자#류승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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