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14∼28일 대학로서 열려
작년 외국인 참여자 61만명… 2017년 1만명 대비 큰 폭 증가
아시아는 물론 북미-유럽 관객도
초청공연-거리 퍼레이드 등 다양… 선비 체험-K팝 댄스 프로그램도
“한국 드라마가 좋아서 유학까지 왔다”는 멕시코인 미르타 페레스 씨(23)는 크고 작은 공연이 쉼 없이 오르는 ‘한국판 브로드웨이’ 서울 종로구 대학로를 최근 찾았다. 올해 5월, 한국어능력시험인 토픽(TOPIK) 4급 합격을 기념해 국립극단의 연극 ‘벚꽃동산’을 본 후 한극 연극에 대한 관심이 대학로까지 이어진 것. 페레스 씨는 “영어 자막과 연극 배우들의 똑 부러지는 발음 덕에 이야기 흐름을 무리 없이 따라갈 수 있었다”며 “영화나 드라마와 달리 한국 연극은 멕시코에서 볼 수 없기에 열심히 챙겨 보려 한다”고 말했다.
K콘텐츠 열풍을 타고 외국인들의 발길이 ‘한국 공연의 메카’ 대학로로 모이고 있다. 대학로는 서울 종로구 이화동사거리부터 혜화동 로터리까지 이어지는 구간에 공연장 160여 곳이 밀집된 국내 대표 공연예술거리다. 다음 달 14∼28일 대학로에선 다채로운 즐길거리로 구성된 공연 축제인 ‘2023 웰컴대학로 페스티벌’이 열린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관광공사, 한국공연관광협회, 종로구청이 주관하는 웰컴대학로 페스티벌은 대학로를 영국 ‘에든버러 국제 축제’처럼 세계적인 공연 축제의 장으로 키우기 위해 2017년 처음 개최됐다. 지난해 온·오프라인 참여자 수는 90만5100여 명에 달했다. 그중 외국인은 61만 명으로 2017년(1만 명)에 비해 큰 폭으로 뛰었다.
다음 달 15일 열리는 개막식에선 뮤지컬 배우 정성화가 출연하는 15분 분량의 작품 등 초청공연 8편이 야외 무대에 오른다. 일본, 대만, 필리핀 등 해외 초청팀을 포함해 총 18개 팀이 거리 퍼레이드도 펼친다. 티켓 가격을 1만 원 할인해주는 공연은 34편이다. 스테디셀러 뮤지컬 ‘빨래’ ‘김종욱 찾기’부터 독립운동가 박열의 삶을 다룬 뮤지컬 ‘22년 2개월’, 양주별산대놀이 등 전통예술을 가미한 뮤지컬 ‘판’까지 다양하다. 또 대학로 마로니에공원과 소나무길, 야외 무대에선 30여 개 작품이 총 62회에 걸쳐 거리 공연을 펼친다.
올해는 다양한 나라에서 온 외국인들이 축제를 즐길 것으로 보인다. 매년 웰컴대학로 페스티벌에 참가하고 있는 창작뮤지컬 ‘당신만이’의 경우 최근 프랑스, 캐나다에서 온 해외 관객들이 좌석을 채우고 있다. ‘당신만이’ 제작사인 도모컴퍼니 윤민식 대표는 “팬데믹 이전에 외국인 관객은 모두 아시아인이었는데 2, 3년 새 한국 콘텐츠가 전 세계에서 인기를 끌면서 북미, 유럽 관객도 생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영어를 구사하는 가이드와 함께 대학로 일대를 둘러보는 ‘대학로 투어(D-tour)’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유생복을 입고 글씨 쓰기를 비롯해 선비가 갖춰야 할 6가지 덕목인 육예 체험을 하는 코스 등 3가지를 마련했다. K팝 댄스를 배우고 한국 전통놀이를 즐기는 프로그램도 있다.
한국 공연의 해외 진출을 위한 장도 펼쳐진다. 올해 신설된 ‘씨어터마켓’에선 공연제작사, 해외 현지 여행사 관계자 등이 만나 공연 관광을 상품화하고 판로를 확보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이재원 웰컴대학로 페스티벌 총감독은 “한국인이 만든 K스토리에 대한 열광은 공연 수요로도 충분히 이어질 수 있다”며 “대학로의 수준 높은 작품들이 해외로 널리 뻗어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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