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감 한 스푼’ 독자 여러분의 마음 속 명작을 소개합니다 [영감 한 스푼]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9월 29일 12시 00분


안젤름 키퍼, ‘가을, 릴케를 위하여(Herbst, Für R. M. Rilke)‘(2022) ⓒAnselm Kiefer, Photo: George Poncet. 사진: 헤레디움 제공
행복한 추석 연휴가 시작되는 날, 독자 여러분께 인사드리게 되어 기쁩니다 :)

뜨거웠던 여름이 지나고 아름다운 결실을 거두어들이는 가을이 성큼 다가왔네요.
결실은 한 시절의 마무리이자,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는 순간이기도 하죠.

연휴 동안 한 해를 돌아볼 독자 여러분을 위해 안젤름 키퍼의 ‘가을’을 첫 사진으로 준비해보았습니다. 이 작품은 대전의 문화공간 헤레디움에서 볼 수 있는데, 이 전시에 관한 이야기는 추후에 천천히 다루기로 하겠습니다.

오늘은 지난 시간 동안 독자 여러분께서 보내주신 감상을 ‘다시 보기’로 모아보았습니다.

제가 영감한스푼을 하기 전 ‘김민의 그림이 있는 하루’ 시리즈를 연재했었는데요. 이 시리즈의 마지막 편을 독자 여러분의 댓글로 구성한 적이 있답니다. 그때 저도 하나하나 돌아보며, 우리가 그림을 통해 참 많은 것을 나눌 수 있다고 느껴서 지금까지도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올해 ‘영감한스푼’ 구독자 여러분은 마음속에 어떤 예술을 품었는지, 한 번 같이 돌아보겠습니다.

마음이 탁 풀어지는 델프트 풍경
요하네스 베르메르(페르메이르), 델프트 풍경, 1660-61년. 사진: 라익스미술관
― 보통 화려한 것에 시선이 먼저 가게 되는데, <델프트 풍경>은 구름과 수면에 비친 그림자 등 무채색의 가치를 되돌아보게 해줍니다. 화면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무채색이 오히려 주인공 같기도 하고, 화려한 색채와 무채색의 조합으로 균형과 조화가 보이기도 하고요. (익명의 독자)

― 그림을 봤을 때 마음이 탁 풀어지는 느낌을 좋아하는데 델프트 풍경을 직접 보면 그렇게 될 것 같아요. 요하네스 베르메르라는 이름은 잘 몰랐었는데 글 마지막에 진주 귀걸이를 한 여자 보고 헉! 이 사람이구나! 했어요. (익명의 독자)

원문 보기(진주 귀걸이 속 반짝이는 욕망…베르메르 그림 속 숨은 이야기들)

영화 같은 ‘원계홍’전 스토리
원계홍, 장미, 1977년, 캔버스에 유채, 34.5x26.5cm, ⓒ원계홍기념사업회, 사진_주명덕
― 이미 잘 알려진 유명한 작가였다면 선입견이 작용했을 수도 있겠지만, 세상과 고립되었던 작가의 작품들인데도 순수하게 작품 그 자체에 끌리고 감동받은 분들이 있다는 게 놀랍고도 고무적입니다. 그분들이 작품을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하신 것도 특별한 인연인 것 같습니다. 온갖 사건, 사고들이 벌어지지만 세상은 여전히 아름답고 따뜻하고, 예술이 서로 모르는 분들을 하나로 묶어주고 소통하게 했네요. 말을 걸어오는 그림들입니다. (익명의 독자)

― 우리 삶은 인연으로 이어져 간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글 좋은 작품 소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익명의 독자).

― 원계홍 작가는 어쩌면 대중이 다 알아주기보다는 진심으로 자신의 그림과 마음을 알아보는 사람들에게 인정받은 것만으로도 행복하지 않았을까 싶네요. 작품에만 몰두하다 보면 세상과의 교류할 겨를이 없었을 듯 보입니다. 세상과 단절한 (?)한 작가라고 보기 힘들만큼 원계홍 작가 작품은 ‘세상을 이토록 아름답게 이해하고 그려낸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으니 말이죠. 그것도 우리 주변에 실재했던 동네와 사물을 저렇게 표현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왜 진즉 이 작가를 못 만났을까 자책하게 되는 심정도 드네요. 그런 의미에서 두 컬렉터분은 실로 복 받은 분이 아닐까 싶어요. 아울러 이를 대중에 소개해주는 마음도 너무 소중하고 감사할 따름입니다. (익명의 독자)

― 진주는 언젠가는 보석으로 빛을 발하네요. (익명의 독자)

원문 보기(집구경 하려다 그림의 포로가 된 컬렉터 이야기)

살아 움직이는 그 느낌!
에두아르 마네 ‘카페 콩세르의 한 구석’, 1878-80. 캔버스에 유채. 97.1 x 77.5 cm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 삶에서 가장 소중하게 기억나는 부분은 순간이죠. 그 순간의 햇빛, 표정, 말 한마디 등 이미지이고요. 덕분에 마네 전시 꼭 가보고 싶어졌습니다. (익명의 독자)

― 모든 이들은 각자 자신의 일을 하며 살아간다. 커다란 공덕이 없다고 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은 건 아니다. 다만 보는 사람 입장에서 다른 이들의 움직임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은 것뿐이다. (익명의 독자)

― 살아 움직이는 느낌입니다. (익명의 독자)

― 사람이 살아있다는 것은 짧은 찰나의 순간에서도 느껴진다. 웨이트리스가 맥주 두 잔을 힘있게 들고있는 모습에서 삶의 희열을 느끼며 나의 하루의 삶도 숟가락 들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시작하게 된다. (마롱)

원문 보기(에두아르 마네가 사랑한 삶의 순간들)

찬란하고도 불안한 반 고흐
빈센트 반 고흐의 ‘풀이 우거진 들판의 나비’.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 어릴 땐 마냥 아름답다고 생각했는데, 십수 년이 지나 새로이 찬찬히 뜯어보니 찬란하면서 불안하고 어딘가 붕 떠 있는듯한 감상도 함께 드네요. (익명의 독자)

― 지금의 나를 일으켜 세울 수 있는 힘이 고요히 밀려옴을 느낀 순간 (익명의 독자)

― 고흐라는 인간의 감정이 고스란히 느껴져서 저도 모르게 마음이 뭉클해졌습니다. 그리고 예민하고 충동적인 성격 때문에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진 못했지만 자신을 아꼈던 소수의 사람 덕분에 멋진 작품을 남길 수 있었다는 걸 알게 되니 고흐가 이전과는 다르게 보여요!. 결국 스스로 죽음을 택한 고흐지만 옆에 있던 사람들의 사랑이 아니었다면 무수한 작품을 그려내지 못했을 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좋은 글 싸주셔서 감사합니다. 위로가 많이 되었어요! (익명의 독자)

― 막 잘려 나간 풀의 냄새를 맡으며, 고개 숙이고 앉아서 멍하니 바라보고 있을 고흐의 시선이 느껴집니다. 고흐가 세상으로부터 느꼈을 고립감과 외로움이 전해집니다. (짱구맘)

원문 보기(고흐가 슬픔에 잠겨도…그를 지켜준 사람들)

렘브란트 내면의 일기
렘브란트 판 레인, 63세의 자화상, 1669년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렘브란트 판 레인, 63세의 자화상, 1669년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 렘브란트는 자화상은 내면의 일기라고 주장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했다.
“끊임없이 창작하겠다는 생각밖에 없던 사람,
자신에게 닥친 가혹한 시련도 당연한 업보라는 듯 좌절하지 않고 이겨낸 사람….
오직 예술을 향한 뜨거운 사랑을 죽는 순간까지 지켜낸 사람,
이런 진실한 성품과 천재성은 필연적으로 시대와 불화를 빚을 수밖에 없었고
그런 갈등을 그림에 솔직하게 표현한 화가는 오직 렘브란트뿐이다….“
-렘브란트의 전기를 쓴 에밀 미셸
빚더미와 가난과 고독에 시달리던 처절한 시기에 문득 거울 앞에 선 노화가의 자조어린 심정이 충격적일 정도로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다. (들풀 이영일)

― 빛의화가 라고 할 정도로 그의 작품은 너무 뛰어난 작품들이 많지만 사치스럽고 자화상을 많이 그린 화가라는 인식도 있는 게 사실입니다~
그가 활동했던 시기가 로코코가 유행하던 시기였으니 어찌 보면 당연했을 수도 있지요~
하지만 렘브란트가 없었다면 그 유명한 네덜란드 장르화의 시작도, 페이메르같은 화가도 나오지 않았을 겁니다
사랑하고 의지했던 그의 첫째 부인과 둘째 부인 등 사랑했던 자녀들을 먼저보냈던 그의 절절한 외로움을 달래기에 지금의 셀카와도 같은 자화상이 유일한 위로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지극히 화려한 영앤리치에서 마지막은 초라하기 그지없던 그의 죽음을 기억해봅니다. (psyj)

― 이 세계적 화가의 말년 삶이 파산이라니 충격입니다. 혹시 톨스토이처럼 자발적 가난은 아니겠지요. 예술가의 삶이란 하고 싶다고 할 수도 없지만 과연 어떻게 삶을 살고 마무리해야 죽을 때 잘 살았다고 할 수 있을까요? (익명의 독자)

원문 보기(파산한 예술가의 자화상, 그래도 후회는 없다)



※ ‘영감 한 스푼’은 예술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창의성의 사례를 중심으로 미술계 전반의 소식을 소개하는 뉴스레터입니다. 매주 목요일 아침 7시 발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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