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구미 금오산 정상 바위에 새겨져 있던 조선시대 고산(孤山) 황기로(黃耆老·1521~1567)의 초서체 글씨가 발견됐다.
4일 구미시에 따르면 최근 금오산 약사암 주지 대혜스님이 금오산 정상 현월봉 표지석 앞 바위에 음각된 ‘후망대(?望臺)’란 글씨를 발견했다.
‘후망대’는 조선 초기와 중기를 통털어 4대 명필로 꼽히는 초서의 대가 ‘초성(草聖)’ 황기로 선생이 쓴 글씨로 ‘높은데 올라서서 멀리 조망하는 곳’이란 의미인데 금오산 정상 바위에 새겨져 있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황기로는 구미시 고아읍 출신으로 14세에 사마시(조선시대 성균관에 입학할 자격을 주여하는 과거시험)에 합격했으나 평생 벼슬길에 오르지 않고 은둔의 삶을 산 서예가다.
황기로의 글씨 ‘후망대’는 ‘유금오산록’, ‘망금오산유감’, ‘봉촌집’ 등 조선시대 여러 문인의 문집에 금오산 경관과 함께 언급됐으며, 1872년 제작된 지도에서는 현재 금오산 정상인 현월봉을 ‘적의 동태나 주변 상황을 살피는 장소’의 의미를 담은 ‘후망대’로 표기됐다.
그러다 6·25 전쟁 직후인 1953년 10월 체결된 한미행정협정에 따라 금오산 정상에 미군 통신기지가 들어서면서 콘크리트에 파묻힌 것으로 알려져 왔다.
구미시는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된 금오산 정상의 출입을 위해 10여차례 미군과의 협상을 벌여 2014년 개방했다.
발견된 후망대 글자 중 ‘후(?)’자와 ‘대(臺)’자는 크게 마모된 상태다.
구미시는 글자 보존을 위해 우회 등산로 개설, 전문가 자문을 통한 경화 처리 등 보존 대책을 세우기로 했다.
김장호 시장은 “조선시대 많은 문집과 고지도에 후망대가 명산 금오산 정상에 있다는 것이 기록돼 있어 지역 주민과 향토사 연구자들이 실체를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며 “오랜 세월 동안 마모돼 글자 일부가 잘 보이지 않아 안타깝지만, 앞으로 잘 보전하기 위해 아낌없이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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