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영화제 예매 5분 만에 매진
3월 별세 사카모토 유작 曲 담겨
“아이 위한 어른 역할 묻는 영화”
이와이 슌지 ‘키리에의 노래’ 출품
“영화는 공감을 넘어선 그 무엇을 위한 게 아닐까요. 남겨진 어른들이 아이들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질문을 던지고 싶었습니다.”
일본 영화계의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신작 ‘괴물’을 들고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BIFF)를 찾았다. ‘괴물’은 올 5월 제76회 칸영화제에서 각본상을 받았다. 올 3월 별세한 음악가 사카모토 류이치(1952∼2023)가 작업한 곡이 담긴 유작이기도 하다. 7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야외극장 상영을 위해 마련된 4000석이 5분 만에 매진될 정도로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영화는 초등학교 5학년인 미나토(구로카와 소야)와 싱글맘 사오리(안도 사쿠라), 미나토의 담임교사 호리(나가야마 에이타) 세 사람의 시선으로 진행된다. 어느 날 갑자기 몸에 상처가 나 있는 미나토를 보고 사오리는 이유를 추궁하고, 담임교사인 호리에게 폭력을 당하고 있다는 말에 학교를 찾아간다. 호리에게는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일이다. 교실에서 폭력적인 행동을 한 미나토를 제지하는 과정에서 생긴 상처인데 교장은 “학교를 위한 일”이라며 거짓 사과를 강요한다. 미나토의 시각으로 영화가 시작될 때 관객들은 비로소 이 모든 오해를 이해하게 된다. 탄탄한 연출로 서스펜스와 감동, 여운을 모두 잡은 수작이다.
‘괴물’은 고레에다 감독이 자신이 쓰지 않은 각본으로 처음 연출한 작품이다. 각본은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2004년)로 잘 알려진 사카모토 유지 작가가 썼다. 고레에다 감독은 각색 작업을 사카모토 작가와 함께했다.
영화에는 사카모토 류이치가 작업한 곡들이 삽입됐다. 고인이 생전 만든 마지막 영화음악이다. 고레에다 감독은 OST 소개글에서 “칠흑 같은 호수를 소방차 사이렌이 가르는 소리로 영화 첫 장면을 시작하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음악은 사카모토의 것이어야 한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촬영 중반쯤에는 사카모토 음악이 아니라면 이 영화에 어떤 음악도 넣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그가 곡 작업을 해준다고 했을 때 안도감마저 느꼈다”고 고백했다.
두 사람은 직접 만나지 않고 편지를 주고받으며 작업했다. 사카모토가 특히 마음에 들어 한 장면은 미나토가 교장 선생님에게 자신의 잘못을 고백하는 음악실 장면이었다고 한다. 고레에다 감독이 꼽은 영화 속 최고 장면이기도 하다. 두 사람은 각자의 비밀을 말로 털어놓는 대신 있는 힘껏 호른과 트롬본을 분다. 불협화음 같지만 두 소리는 상대를 누르거나 이기려 하지 않는다. 서로를 있는 그대로 응원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고레에다 감독은 7일 부산 해운대구 KNN시어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편집된 영상을 사카모토에게 보내줬을 때 사카모토가 ‘내 음악이 이 (악기) 소리들을 방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라고 편지를 보내줬다”며 “그의 편지를 받았을 때 무척 기뻤다”고 했다.
올해 BIFF에는 영화 ‘러브레터’(1999년)로 유명한 이와이 슌지 감독도 신작 ‘키리에의 노래’를 들고 내한했다. 예매 시작 3분 만에 전석 매진된 화제작 ‘키리에의 노래’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가족을 잃고 말을 할 수 없게 된 소녀 루카(아이나 디 엔드)가 음악을 통해 아픔을 극복하는 과정을 다뤘다. 부산 해운대구 영상산업센터에서 6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와이 감독은 “내 고향인 센다이 지역이 당시 지진과 쓰나미로 큰 피해를 입었다”며 “영화를 통해 이 주제를 다뤄야 하지 않을까 싶었고, 그 타이밍이 12년이 지난 지금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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