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량해전 직전 이순신 장군이 수군을 재건하는 여정이 꼭 최종관문을 깨는 게임의 여정 같았습니다. 이거다, 싶었죠.”
충무공 이순신 장군(1545∼1598)이 쓴 ‘난중일기’로 보드게임을 창작한 김범승 씨(26)의 말이다. 현재 보드게임 카페를 운영하는 김 씨는 숭실대에 재학 중이던 2020년 보드게임 ‘명량으로 가는 길’을 만들었다. 김 씨는 이 콘텐츠로 그해 한국국학진흥원이 주최한 창작 콘텐츠 공모전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받았다. 게임은 12척의 배와 수군, 군 물자를 상징하는 카드를 먼저 손에 넣는 자가 승리하도록 구성했다.
고문헌에서 새 이야기를 찾는 이들이 있다. 한국국학진흥원은 2012년부터 매해 ‘전통 기록문화 창작 콘퍼런스’를 열고, 고문헌에서 이야깃거리를 발굴해 온라인 데이터베이스(DB)에 공개하고 있다. 현재까지 고문헌 252종에서 찾아낸 이야기는 모두 7320건이다. 2015년부터는 이 같은 소재를 토대로 창작 콘텐츠 공모전을 열어 왔다.
최근 영화화를 앞둔 ‘헬조선: 노비신분사기극’은 한국국학진흥원의 창작 콘텐츠 공모전 대상 수상작이다. 김소영 씨(30) 등 3명이 함께 기획한 이 이야기는 1862년 단성민란을 주도했던 단계(端磎) 김인섭(1827∼1903)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한다. 김인섭이 23세 때부터 세상을 떠날 때까지 기록한 ‘단계일기(端磎日記)’에서 백성을 수탈한 현감과 아전을 농민과 함께 힘을 합쳐 쫓아낸 저항정신을 포착한 것. 시나리오를 기획한 김소영 씨는 “역사 속에서 오늘날의 현실이 보였다”고 했다. 부당한 현실에 직면한 조선 후기 현실이 오늘날 청년이 처한 현실과 닮았다는 얘기다.
한국국학진흥원은 올해에도 ‘제9회 창작 콘텐츠 공모전’을 열고, 다음 달 11일 최종 수상작을 발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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