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서 작가(1931∼2011)의 애장품이었던 투박한 바가지엔 작가의 생명관이 깃들어 있다. 아들딸을 차별하던 시절 박 작가의 시어머니는 딸을 낳은 며느리를 위해 정갈한 바가지를 마련했다. 그 바가지로 쌀을 씻고 미역을 불려 따뜻한 한 끼를 지어줬다. 시어머니는 아들이든 딸이든 상관없이 바가지로 새 생명을 반겼던 것. 이 바가지는 박 작가의 단편소설 ‘해산 바가지’의 모티브가 됐다.
서울 종로구 영인문학관(관장 강인숙)은 이 바가지를 비롯해 작가들의 애장품과 육필 원고 등 90여 점을 선보이는 전시 ‘문인들의 일상 탐색 2023’을 31일까지 연다. 백석 시인(1912∼1996)이 1938년 원고지에 육필로 쓴 시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와 소설가 황순원(1915∼2000)의 ‘움직이는 성’ 초고 원본을 볼 수 있다. 김훈 소설가(75)의 애장품 몽당연필에선 연필이 닳을 때까지 정제된 글을 쓰는 작가의 태도를 엿볼 수 있다.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1934∼2022)의 육필 노트도 선보인다. 이 전 장관이 생전 사용했던 서재가 매주 화, 목요일 오후 2시 예약자를 대상으로 공개된다. 4000∼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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