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한마디 한마디에서 신중함이 묻어났다. 입에서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위로’ ‘사랑’ ‘두려움’ 같은 단어들이 자주 흘러나왔다. 배우 조현철(36)이 연출한 첫 장편영화 ‘너와 나’가 25일 개봉한다. 넷플릭스 드라마 ‘D.P.’(2021년)에서 탈영병 조석봉 역을 맡아 깊은 인상을 남겼던 그가 7년 동안 작업한 결과물이다. 영화는 지난해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한국영화의 오늘―비전’ 섹션에 초청돼 눈길을 끈 바 있다.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12일 만난 그는 절규하던 조석봉이 상상되지 않을 만큼 차분했다. 그는 “한 사람이라도 내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작업했다. 대중의 평가보다는 힘든 시간을 겪고 있는 사람이 이 영화를 보고 위로를 받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영화 ‘너와 나’는 수학여행을 하루 앞둔 여고생들의 이야기다. 세미(박혜수)는 하은(김시은) 앞에만 서면 웃음이 흘러나온다. 하은에게 모르는 전화가 오면 괜히 심술이 나고, 하은과 함께 하굣길 석양을 보며 버스를 타고 가는 시간이 하루 중 제일 행복하다. 손꼽아 기다리던 수학여행을 앞두고 하은은 다리를 다치고, 어떻게든 하은이를 데려가고 싶은 세미는 하은에게 떼를 쓰기 시작한다. 처음 사랑의 감정을 느끼는 여고생의 어지러운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질 만큼 섬세한 연출이 돋보인다.
꿈과 현실, 삶과 죽음 사이를 모호하게 오가는 연출 방식을 사용했다. 조현철은 “경계를 지우고 싶었다. 너와 나, 꿈과 현실, 과거와 지금, 남자와 여자의 사랑, 여자와 여자의 사랑 등 모든 경계를 희미하게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영화는 세월호 참사를 떠올리게 한다. 세미는 꿈속에서 하은이 죽었다며 하은과 떨어져 수학여행을 가는 것에 불안감을 숨기지 못한다. 영화 배경도 경기 안산이다. 조현철은 “2016년에 겪은 개인적인 사고를 계기로 삶과 죽음에 대한 관점이 바뀌었다. 그러면서 (세월호 참사를) 다른 관점으로 보게 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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