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을 딛고 ‘선다’는 표현이 있다. 얼마 전 다리를 다친 기자는 주저앉은 상태에선 혼자 힘으로 일어설 수 없었다. 책은 휠체어와 평생을 보낸 공상과학(SF) 작가가 쓴 에세이다. 장애가 있는 삶을 경쾌하게 풀어내며 저자는 장애를 “딛고 앉는다”.
선천성 근위축증이란 장애를 ‘쿨한 척’ 애써 외면하고 살던 저자는 2021년 SF문학상을 수상하며 반강제로 정체성이 조명된 뒤에야 이를 수용하기로 마음먹는다.
여러 이유를 들며 자신의 장애가 자랑스럽다고 내세우는 게 아니다. 그는 “장애가 있다고 해서 스스로를 세상으로부터 고립시키지 않고, 장애인으로서 나의 삶을 주도하겠다는 뜻”이라고 강조한다.
장애를 가진 작가로서 어떻게 글을 쓰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꾸밈 없이 담겼다. 미국 SF 작가 스티븐 킹이 한 번에 한 단어씩 쓴다고 하면 저자는 “한 번에 한 자모씩”, 분당 최대 50타로 온 힘을 다해 눌러쓴다. 소수자성에 기반한 국내 SF 소설들이 진정한 SF가 아니라는 일부 견해에 대해선 “자의가 아닌 타의로 밀려난 사람들이 SF를 통해 비판적인 이야기를 쓰는 일은 어떻게 보면 당연하고, 전략적인 선택일 것”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우리나라 국민의 95%를 차지하는 비장애인 독자가 장애인의 삶을 외부에서 조망하고 자의적으로 독해하기를 거부한다. 진지함과 유쾌함을 시계추처럼 오가며 풀어낸 속마음은 독자를 저자의 세계로 풍덩 빠져들게 한다. 자신의 글이 ‘치밀히 계획된 사회운동’은 아니라고 하지만 더욱 자연스럽고 정교하게 장애에 대한 타자화를 멈춰 세운다.
저자는 소외된 사람이었다가, 빛나는 사람이 되기를 반복하며 끝끝내 제목처럼 ‘가장 보통의 인간’이 된다. 그 가운데서 가장 특별한 건 시종일관 사푼거리는 발랄함이다. 장애를 경험했든, 경험하지 않았든 즐거이 읽을 수 있다. 저자는 “나의 가벼운 에너지가 누군가에겐 충전이 되는 에너지였으면 좋겠다”며 모두를 끌어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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