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간 써온 글 갈무리… 문학인생 돌아보게 돼”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0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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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익 문지사 고문 ‘기억의…’ 출간

김병익 고문.
김병익 고문.
“가장 오래된 글부터 최근 글까지 시차가 약 70년이 되더군요. 천천히 읽으며 제 생애를 돌아봤습니다.”

김병익 문학과지성사 고문(85)은 22일 전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시, 산문, 수상 소감, 문학평론 등 평생 써 온 44편의 글을 모은 ‘기억의 양식들’(문학과지성사)을 9일 펴낸 건 자신의 삶을 곱씹어 보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그는 “내 삶의 기억을 ‘양식’(良識·사물을 올바르게 판단)화함으로써 체험을 내면화하고 싶었다. 또 기억을 ‘양식’(樣式·일정한 모양이나 형식화)해 타인과 공유하려 했다”고 말했다.

‘기억의 양식들’.
‘기억의 양식들’.
신간에 담긴 가장 오래된 글은 그가 대전중학교에 다니던 1954년 쓴 시다. “눈엔 방울이 아롱져/바라보던 북쪽이 울적해지고/북극성/호올로/외로움이 흘러.”(시 ‘눈 오는 밤’ 중)라는 시구에선 그의 문학적 재능이 엿보인다. 동아일보 문화부 기자로 일하던 1967년 발표한 평론 ‘문단의 세대연대론’에선 평론 실력을 선보인다. 당시 갈라져 있던 원로 작가와 신진 작가들이 다툴 것이 아니라 힘을 모아 한국 문학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내용이다.

그가 1975년 문학과지성사를 창립하고, 문학평론가로 활동하며 이청준(1939∼2008), 최인훈(1936∼2018) 등 당대 유명 작가를 거침없이 평론하던 모습도 엿볼 수 있다. 그가 “문화란 삶의 속살이자 사회의 품격”이라고 쓴 2016년 제30회 인촌상(언론·문화 부문) 수상 소감도 담겼다.

신간엔 그의 아내 정지영 씨가 1956년 발표한 소설 ‘여상의 빛’도 실려 있다. 그는 서두에 “일흔네 해 전 초등학교 5학년 때 처음 얼굴을 내게 보인 정지영”에게 책을 헌정한다고 썼다. 그는 인터뷰에서 “신간에서 가장 아끼는 글은 아내가 쓴 작품”이라고 말했다. 2만6000원.

#기억의 양식들#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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