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신 페스티벌’ 제롬 벨 회고전
‘이사도라 덩컨’등 대표작 보여준뒤
비평가가 무대서 작품 배경등 설명
제롬 벨 “실험적 원격 퍼포먼스”
“저는 안무가지만 이 공연을 하는 이가 무용수일 필요는 없어요. 움직임과 언어, 이성과 감성 사이에 우선순위는 없기 때문이죠. 균형을 맞춰 관객이 최대한 주체적이고 명확하게 이해하길 바랄 뿐입니다.”
31일부터 다음 달 26일까지 개최되는 다원예술축제 ‘옵/신 페스티벌’에서 강의형 퍼포먼스 ‘제롬 벨’을 공연하는 프랑스 안무가 제롬 벨(59)의 말이다. 서울 동대문구 김희수아트센터에서 다음 달 14, 15일 국내 초연되는 이 공연에 춤추는 사람은 등장하지 않는다. 벨이 제작한 대본과 프로토콜에 따라 이영준 비평가 겸 서울과기대 교양대학 교수가 홀로 무대에서 무용 영상을 재생하고, 대본을 ‘발화’하며 동작을 취할 뿐이다.
벨은 작품을 통해 ‘이것은 춤인가?’를 비롯해 여러 질문을 던진다. 올해 총 11개국 19개 작품이 펼쳐지는 ‘옵/신 페스티벌’엔 미국 출신의 세계적인 현대무용 안무가 윌리엄 포사이스, 2010년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자인 태국 아피찻퐁 위라세타꾼 감독 등과 함께 ‘회고전’을 주제로 참여한다.
‘제롬 벨’은 2005년 이후 그가 국내에 선보인 6개 공연 등을 포함한 전작들을 통해 그의 삶을 돌아보는 회고전이다. 그의 대표 레퍼토리인 ‘무용수의 초상’ 시리즈 중 마지막 편을 장식하는 작품으로 그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했던 작품들을 일대기로 소개한다. 본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그는 “2005년 파리 오페라 발레단으로부터 작품을 의뢰받았을 당시 은퇴를 앞둔 코르드발레(군무단) 무용수인 베로니크 두아노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만들면서 시리즈가 시작됐다”고 했다. 이후 초상화 시리즈는 ‘세드리크 앙드리외’(2009년), ‘이사도라 덩컨’(2019년) 등으로 이어졌다.
이번 공연을 위해 그는 대본과 프로토콜을 자기만의 해석으로 자연스럽게 풀어낼 사람을 김성희 옵/신 페스티벌 예술감독으로부터 추천받았다. 이영준 비평가가 그의 작품을 영상으로 보여준 뒤 벨을 대신해 ‘왜 이 작품을 만들었는지’ 설명한다. 해외 공연에서 제3자가 공연을 이끄는 건 제롬 벨 무용단이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2019년부터 비행기를 타지 않는 것과 직결된다.
“올여름은 아포칼립스처럼 끔찍했어요. 파리는 10월이지만 7월 같고요. 원격 퍼포먼스라니, 실험적이긴 하지만 저는 예술이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는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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