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룡 전 통계청장, 장편 연애소설 발간…‘오로라와 춤을’

  • 뉴시스
  • 입력 2023년 10월 24일 15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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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는 숫자에 불과할 뿐이다, 지금 당장 사랑에 나서야 한다.’

김영삼 정부 시절 국가 통계를 책임졌던 정재룡 전 통계청장이 필명 정다경(鄭茶耕)으로 연애소설 ‘오로라와 춤을’을 출간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출간된 장편 연애소설 중 최고령자가 낸 작품일 듯하다.

정재룡 전 청장은 청년 시절부터 노년까지 이어지는 남녀의 연애 이야기를 통해 실버 세대의 위치와 애정전선을 가늠하고자 했다. 불륜이나 졸혼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남녀가 진정한 반쪽을 찾아 나서는 순수한 사랑을 다룬다.

나이가 지긋한 노년 남성 우민은 서울의 한 장례식장에서 모친을 떠나보내는 옛 연인 민정과 재회한다. 일본에서 화가로 활동하는 그녀와 우민은 대학 재학 때부터 여러 차례 만나고 헤어짐을 반복했지만, 우민은 그녀와 헤어지기를 결심한다.

남녀는 결국 40년을 돌아 재결합을 앞두게 된다. 작가는 개연성 있는 이야기 전개를 통해 우직하게 주제를 밀어붙였다. 구시대 사람들의 연애 이야기지만 파격적인 결말은 현대적이고 페미니즘적이기도 하다.

소설은 우민이 민정과의 장례식장에서의 재회 이후 둘 간의 오랜 관계에 대한 회고 그리고 이별에 대한 결심과 반전에 이르기까지 40여 년에 걸친 연애사를 현실 속 단 3일간의 시간 속에서 다룬다.

작가는 인구 구조의 노령화로 실버 세대가 주요 계층으로 인식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에서 이들의 연애를 일탈로 보는 것을 아쉬워한다. 이 소설을 통해 실버세대들이 젊었을 때처럼 몸이 따르지 못하더라도 영혼과 감성의 자유를 찾아 용기 있는 모험을 해야 한다고 응원하고 있다.

정재룡 전 청장은 1971년 행정고시 합격 이후 재정경제부에서 차관보를 지냈다. 김영삼 정부 시절 통계청장을 역임했으며 이후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사장, 상명대 석좌교수 등으로도 활동했다.

저서로는 ‘부실채권 정리’, ‘부실채권 정리 제도의 국제 표준화’ 등이 있다. 대만에서는 ‘불량채권지처리’(不良債權之處理)를 발간한 적도 있다. 취미는 서예이며 3년 전부터 연애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국내 시장을 넘어 일본에서의 출간도 목표로 하고 있다.

정재룡 전 청장은 “이 소설을 쓰는 데 3년 반이 걸렸다”며 “남녀간의 사랑문제는 대등하며 누구나 똑같은 권리와 의무가 있다”고 출간 소감을 밝혔다.

[세종=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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