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영 감독(77)이 4년 만에 신작 ‘소년들’로 돌아왔다. ‘부러진 화살’(2012년), ‘블랙머니’(2019년) 등 실화에 천착해 온 그답게 ‘소년들’ 역시 1999년 벌어진 삼례 나라슈퍼 강도치사 사건을 모티브로 했다. 다음 달 1일 개봉하는 영화는 공권력이 가장 부정하게 작동할 때 약자들이 겪게 되는 고통을 묵직하게 전달한다.
‘삼례 나라슈퍼 사건’은 1999년 전북 완주군 삼례읍에서 동네 친구 세 명이 슈퍼 강도치사 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억울하게 복역한 사건이다. 이들은 복역 후 수사 당시 경찰의 폭행에 못 이겨 거짓 진술을 했다고 밝혔고, 재심을 청구해 17년 만인 2016년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23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정 감독은 이 사건을 영화 소재로 택한 이유에 대해 “그냥 지나가선 안 될 사건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세 소년이 감옥에 가는 데 묵시적으로 동조한 건 아닌지, 우리는 무엇을 했는지 한번 다시 잘 들여다보자는 것”이라고 했다.
영화는 사건 1년 후인 2000년과 17년 후인 2016년이 교차되며 흘러간다. 2000년 완주군에 새로 부임한 베테랑 형사 황준철 반장(설경구)에게 “삼례 나라슈퍼 사건의 진범을 알고 있다”는 제보가 들어온다. 사건을 파 보던 그는 조작 수사 중심에 경찰대 출신 엘리트 형사 최우성(유준상)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황 반장은 사건을 제대로 되돌려 놓기 위해 애쓰지만 ‘조직을 음해한다’고 비난받으며 이후 궂은 부임지를 전전하게 된다. 그러다 17년이 지나 삼례 3인방이 재심을 청구할 예정이라는 소식을 듣고, 이들을 도울지 고민한다.
영화 속 황 반장은 가상의 인물이고, 수사를 조작한 형사 최우성과 검사 오재형(조진웅)은 실존 인물이다. 사건 주임검사는 지난해 삼례 3인방을 찾아가 용서를 구했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가해자들이 끝까지 반성하지 않는 모습으로 그려졌다. 정 감독은 “사건이 다 해결될 때까지 사과가 안 이뤄졌다. 세월이 지나서 한 사과가 진정성이 있느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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