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꾸는 건 비관주의자가 아닌 낙관주의자”라는 한 스타 강사의 말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꾸준히 회자되고 있다. ‘아프니까 청춘’이 아니라 ‘아프면 환자’라고 조소하던 사람들이 오랜 시간 빠져 있던 염세와 제자리걸음의 굴레에 스스로도 염증을 느껴서일지 모르겠다. 책은 응급실 의사가 환자들의 상처를 치료하며 자기 영혼을 치유 받는 과정을 담은 자전적 에세이다.
역경이 곧 성장이라는 오래된 메시지를 진솔하게 또박또박 써나가며 독자가 자신의 아픔을 직면하고 이를 넘어설 용기를 준다.
책은 멍투성이 어린 시절을 되짚으며 왜 응급실 의사가 되기로 결심했는지 이야기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폭력을 휘두르는 아버지와 침묵을 요구하는 사회 속에서 홀로 떨던 어린 저자는 아버지와의 몸싸움에서 다친 오빠와 응급실을 가게 된다. 그는 “병원에 모인 이들이 자신의 상처를 드러낸 뒤 결국 평온을 얻는 것”에 놀라워하며 “문제를 들여다보고, 이름 붙이고, 원인을 밝혀낸다면 이를 해결할 기회도 있다”고 믿게 된다.
레지던트 시절 이후부터는 환자를 보듬으며 자신의 시련과 아픔을 극복한 에피소드를 풀어낸다. 흑인이자 여성으로서 겪은 좌절, 예기치 못한 이혼과 실패 등 끊이지 않는 역경 속에서 저자는 온몸에 폭력의 흔적이 가득한 꼬마 제니, 성폭행을 당해 임신 중절을 한 군인 비키 등 생존하려는 환자들을 도우며 내면의 상처를 치유한다. 우울한 과거나 두려운 미래에 함몰되지 않고 “여기서 배우지 못한다면 우리는 받아야 할 선물조차 영영 받지 못한다”고 강조한다.
제목대로 어차피 ‘부서져도 살아갈 우리’라면 잔해더미에서 살다가 죽기를 선택하기보단 잔해를 기어 넘어 다른 삶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 좋다.
저자는 “부서짐은 수수하고 젠체하지 않을 수 있는 공간을 주는 놀라운 선물”이라며 “마음이 부서진 자리에 사랑과 평화를 품고 서로가 서로를 치유하자”고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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