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 찾은 소설가 르 클레지오…“韓 현대문학, 신선한 존재 될 것”

  • 동아닷컴
  • 입력 2023년 10월 30일 20시 53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프랑스 소설가 르 클레지오가 3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자대학교에서 한국 문학과 한국에서의 생활을 주제로 특별강연을 하고 있다. 2023.10.30. 뉴시스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프랑스 소설가 르 클레지오가 3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자대학교에서 한국 문학과 한국에서의 생활을 주제로 특별강연을 하고 있다. 2023.10.30. 뉴시스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프랑스 소설가 르 클레지오가 30일 이화여자대학교에서 한국 문학과 한국에서의 생활을 주제로 특별강연을 열었다.

클레지오 교수는 이날 특강에서 지난 20007년 이화여대 석좌교수로 1년간 근무하며 생활했던 시절을 언급하며 기숙사 ‘한우리관’에서의 생활을 ‘수도자 오두막’에 비유했다.

그는 공동의 규칙을 준수해야 하는 당시의 “수도자 같은 생활” 경험이 소설을 집필하는 데 큰 도움을 준 “특별한 시간”이었다고 회고했다.

클레지오 교수는 한국 현대 문학의 저항성을 높이 평가하며 그 근원으로 식민지 저항 문학을 꼽았다. 윤동주 시인의 ‘별헤는밤’을 통해 한민족의 저항 정신을 처음 접했다며 가장 좋아하는 구절을 읊기도 했다.

특히 클레지오 교수는 한국 젊은 여성 작가의 역할을 강조했다. 교수는 자아실현의 어려움과 경제적 어려움으로 청년들이 불안을 겪는 가운데 “한국에서는 여성들이 이 투쟁의 최전방에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 여성들이 맞서싸우는 난관으로 애정관계·사랑, 사회적인 성공·성취, 부모와의 관계를 꼽았다.

클레지오 교수는 이러한 저항의 과정에서 한국 젊은 여성들이 굴하지 않고 평화를 찾아간다는 점이 세계적인 추세와 구분된다고 말했다. 이 저항은 윤동주 등 선조의 자유를 향한 투쟁과 연결되며, 이들은 그 결과로 얻는 평화가 그럴 만한 가치가 있기 때문에 저항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여성들이 승리할 것이라 의심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한국 현대문학이 세계 문학에 젊은 피를 수혈해주는 신선한 존재가 될 것이라고 평가한 클레지오 교수는 이를 매개하는 번역의 역할을 강조했다. 특히 몰이해의 시대인 현대에 세심한 번역 활동은 수도자의 일과 같은 중요성을 갖는다며 통번역대학원 학생들을 격려했다.

1940년 프랑스 남부 니스에서 태어난 르 클레지오 작가는 1963년 그의 첫 소설 ‘조서’로 르노도상을 수상한 이래 1980년 프랑스 한림원이 수여하는 폴 모랑상, 1997년 장 지오노상과 퓨터바우상, 1998년 모나코 피에르 왕자상 등을 수상했다. 2008년에는 ‘새로운 출발과 시적 모험, 관능적 환희의 작가이자, 지배적 문명 너머와 그 아래에 있는 인간의 탐구자’라는 평을 받으며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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