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을 알고만 있던 제가 박경리의 소설 ‘토지’를 읽고 전쟁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이해할 수 있었던 것처럼, 문학은 타인의 삶을 상상할 수 있게 합니다.”
‘제12회 박경리문학상’을 수상한 오스트리아 작가 크리스토프 란스마이어(69)가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1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말했다. 제2차 세계대전 때 독일 나치에 의해 파괴된 마을 인근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그는 “전쟁은 지나갔지만 일상 곳곳에서 과거가 아닌 현실로 남아 있었다”고 했다. 그는 “희망은 미래를, 기억은 과거를 향해 있다”며 “시간은 단절돼 있지 않고 연결돼 있다”고 했다.
그의 작품은 과거와 현재, 미래의 시공간이 뒤섞인 것이 특징이다. 국내에도 출간된 ‘최후의 세계’(1988년)가 대표적이다. 로마제국에서 유배당한 작가 오비디우스가 20세기 유럽에서 사라진 자신의 책 ‘변신’을 찾는 여정을 통해 제국주의와 문명, 인간의 탐욕을 탐구했다. 박경리문학상 심사위원단은 그의 작품 세계에 대해 “시간의 부침에 저항하는 문학의 가치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평했다. 박경리 선생(1926∼2008)을 기리기 위해 2011년 제정된 박경리문학상은 토지문화재단과 강원 원주시가 공동주최한다. 상금은 1억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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