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손들은 물가도 오르고 살기 힘든데, 내 제사상, 차례상 푸짐하게 차려내라고 할 조상님이 계시겠습니까?”
성균관의례정립위원회(위원장 최영갑)가 2일 국회에서 ‘현대화 제사 권고안’을 발표했다. 지난해 9월 ‘차례상 표준안’에 이어 두 번째. 서울 종로구 유림회관에서 지난달 30일 만난 최영갑 위원장은 “원래 유교의 정신은 시대에 맞게 변화하는 것인데 잘못 알려진 문화가 계속 이어지다 보니 차례와 제사에 대한 부담은 물론이고 이로 인한 가족 내 갈등까지 그치지 않고 있어 권고안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솔직히 차례상과 제사상을 혼동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주자가례에도 추석 상차림을 어떻게 하라는 건 없습니다. 그 계절 음식과 과일을 올리라는 딱 이말 하나뿐이죠. 차례는 정말 간단하게 지내는 것인데 세월이 지나면서 제사와 혼동이 되고 이것저것 음식을 올리기 시작하면서 과하게 변한 것 같습니다. 흔히 홍동백서(紅東白西), 조율이시(棗栗梨柹) 그러는데 예법을 다룬 문헌에 그런 말은 안 나옵니다.”
―권고안은 어떻게 마련된 것인지요.
“과거 예법과 명문가 상차림, 설문조사 등을 고려했습니다. 차례상은 송편, 구이, 김치, 과일, 나물, 술 등 6가지, 제사상은 기제(忌祭)에는 과일, 젓갈, 나물, 떡, 포, 탕 등을 올리라고 권고했습니다만 가족끼리 또는 지역 특성에 맞춰 얼마든지 달리 놓을 수 있습니다. 제사의 기본은 고인이 드시던 평상시 음식을 자연스럽게 차리는 것이지요. 평소 좋아하시던 걸 올려도 좋고요. 편하게 놓으면 됩니다.”
―성균관은 형식에 더 엄격할 것 같은데 의외입니다.
“중요한 건 상에 놓는 음식이나 예법 자체가 아니라 왜 우리가 조상님께, 돌아가신 부모님께 제를 올리는지를 아는 마음입니다. 제사, 차례 때문에 가족이 모여 싸운다면 차라리 안 하는 게 낫지요. 그동안 명절증후군이란 말이 나올 정도였지만 성균관이 나서지 않은 것은 집안 문제니까 외부에서 일일이 간섭하는 것은 아닌 것 같아서였습니다. 하지만 집안 갈등은 물론이고 물가도 올라 힘든데 그 많은 음식을 다 놓을 필요는 없지 않겠습니까. 누군가는 나서서 그런 말을 해야겠다고 생각해서 발표하게 된 거지요.”
―1인 가구가 증가하는데 혼자서는 제사를 챙기기 힘들 것 같은데요.
“벌써 30%가 넘는다고 하던데, 그런 면에서도 제사 문화가 바뀌어야 합니다. 중요한 건 마음이지요. 정 안되면 냉수 한 그릇을 올리더라도 그날만큼은 돌아가신 분을 생각하는 시간을 갖는다면 저는 상관없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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