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국의 흥망’ 저자 폴 케네디
美 강대국으로 만든 해전 분석
해양화가의 전쟁 삽화도 볼만
◇대해전, 최강국의 탄생/폴 케네디 지음·강주헌 옮김/740쪽·4만 원·한국경제신문
‘역사학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울프슨상을 수상한 미국 예일대 역사학과 교수가 제2차 세계대전을 바다에서 벌어진 전투를 중심으로 풀어냈다. 당시 6대 해군 강국이었던 영국과 미국, 프랑스, 일본, 이탈리아, 독일이 바다에서 벌인 전투와 군사 활동, 수송과 상륙작전을 월 단위로 상세하게 정리했다.
베스트셀러 ‘강대국의 흥망’으로 유명한 저자가 2차대전에서 특히 바다에 천착한 이유는 미국 때문이다. 2차대전이 끝나가던 1945년, 미국이 세계 최강국으로 급부상할 수 있었던 건 해양을 장악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그는 2차대전에서 연합국이 승리한 건 미국과 영국이 바다를 통해 끊임없이 전투원과 군수품을 실어 날랐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는 해군력과 생산성 혁명이라는 두 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군수품이 전선에 마를 틈 없이 흘러들었고, 연합군이 승기를 잡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레이테만과 노르망디에서의 승리로 이어졌다.
저자는 미국이 빠른 속도로 생산력을 끌어올린 것은 경제 활황과 그에 따른 세금 인상, 이를 통한 강력한 재정 지원이 바탕이 됐다고 분석한다. 2차대전 이후 이탈리아, 독일, 일본의 해군이 소멸되면서 해양에서의 균형이 무너졌고, 미국의 해군력을 쫓아올 나라는 없어졌다. 그러나 이후 원자폭탄이 개발되면서 해양 장악이 곧 세계 제패를 의미했던 기존의 질서가 재편되기 시작했다.
분량이 방대하지만 역사적 사실과 함께 2차대전의 기승전결과 해양 패권의 흥망을 다각도로 통찰한다. 2차대전의 분수령마다 전쟁 당사국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었는지도 꼼꼼하게 짚었다.
해양화가 이언 마셜의 삽화 53점이 수록돼 있어 눈이 즐겁다. 마셜은 평생 군함과 바다, 전쟁의 모습을 화폭에 담았다. 책에 담긴 군함 그림들은 모두 정확한 고증을 거쳤다. 한 점 한 점이 그 자체로 하나의 이야기 같다. 생생한 그의 수채화는 당시 해군력의 압도적인 규모를 실감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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