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궁정가수’ 칭호 받은 세계적 성악가 연광철, 첫 한국 가곡집 발매
고향의 봄’ ‘비목’ 등 18곡 담겨
영어-일어-독어로 번역, 수출 예정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 울긋불긋 꽃 대궐 차린 동네,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반주 없이 낮은 음성으로 담담히 부른다. 성악적 기교도, 힘도 뺀 빈 공간에 꽃망울이 터져 나온다. 세계적 성악가 베이스 연광철(58·사진)이 생애 첫 한국 가곡집 ‘고향의 봄’을 냈다. 마지막 트랙에 실린 ‘고향의 봄’은 특별히 피아노 반주 없이 그의 목소리로만 녹음했다. 듣는 이들이 어릴 적 시골길을 걸으며 흥얼거렸던 추억을 떠올리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서울 강남구 풍월당에서 3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연광철은 “유럽에서 지낸 30년 동안 그들의 작품, 음악 속에서 살면서 그것을 해석하려고 노력했지만 정체성에 혼란이 오기도 했다”고 고백했다. 이번 한국 가곡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자신이 한국 문화 속에서 자랐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고 한다. 그는 “전기도 안 들어오는 시골길을 걸으며 느낀 정취, 자연의 아름다움이 저절로 떠올랐다. 외국에서 저는 이방인으로 그들의 음악을 했지만, 우리 가곡을 부를 땐 온전히 제 것을 부르는 것 같았다. 굉장히 편안하고 즐거웠다”고 감격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연광철은 충북 충주의 시골 마을에서 태어났다. 농사짓는 집안에서 태어나 ‘목소리가 좋다’는 칭찬에 성악의 길을 택했다. 부친이 소를 판 돈으로 불가리아 소피아 국립예술학교로 유학을 떠났고, 1993년 플라시도 도밍고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이름을 알렸다. 이후 베를린 국립 오페라극장 전속 단원으로 10년간 활동했고 독일 바이로이트축제극장, 영국 코번트가든 로열오페라하우스 등 세계 주요 오페라 무대에 올랐다. 2018년 독일에서 최고의 성악가에게 수여하는 궁정가수 ‘카머젱거’ 칭호를 받았다.
그런 그에게도 한국 가곡은 새로운 도전이었다. 클래식 음반 매장이자 복합문화공간 풍월당이 올해 창립 20주년을 맞아 그에게 한국 가곡집을 제안했다.
그는 “소리와 발성 같은 음악적 부분보다는 시를 낭송하는 자세로 불렀다”며 “우리말이 굉장히 노래하기 좋은 언어다. 작곡가들이 음성학적으로 더 많이 공부하면 충분히 예술적인 가곡들이 나올 것”이라고 했다. 이번 가곡집에는 ‘비목’ ‘청산에 살리라’ ‘진달래꽃’ 등 18곡이 담겼다. 책 형태의 가사집 안에 CD가 붙어있는 형태로 제작됐다. 가사를 영어와 일본어, 독일어로 번역 수록해 해외로도 수출할 예정이다. 표지는 지난달 작고한 박서보 화백의 단색화 ‘묘법 No.980308’을 후원받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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