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 따라 달라지는 선과 먹빛… 글씨쓰기 매력 빠져보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1월 7일 03시 00분


여초서예대전 성인부대상 문용기씨
“묵향 맡아가며 한자 한자에 집중
빨리 돌아가는 시대에 큰 즐거움”

‘2023 여초서예대전’에서 성인부 대상을 받은 문용기 씨는 15년 전부터 문인화를 배웠고 이어 캘리그래피의 매력에 빠졌다. 여초서예대전 제공
‘2023 여초서예대전’에서 성인부 대상을 받은 문용기 씨는 15년 전부터 문인화를 배웠고 이어 캘리그래피의 매력에 빠졌다. 여초서예대전 제공
“자판을 치는 것과 직접 쓰는 것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손으로 글씨를 써보면 어떨까요?”

‘2023 여초서예대전’에서 성인부 대상(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받은 문용기 씨(61)는 ‘쓰기’의 매력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동아일보사와 인제군문화재단, 여초서예관이 공동 주최한 이번 대회에 참가한 문 씨는 순수캘리 부문에서 최고상을 받았다. 기존에 한글, 한문·전각, 문인화 부문이 있었고, 올해 순수캘리가 신설됐다.

여초서예대전은 서예가 여초 김응현 선생(1927∼2007)을 기리는 서화경연대회로 서예 연구단체인 동방연서회와 동아일보사가 1961년 국내 최초로 개최한 휘호대회인 ‘전국 남녀 초중고등학교 학생휘호대회’에 뿌리를 두고 있다.

여초서예대전은 9월 2일 성인부(20세 이상)와 기로부(70세 이상)가 참여한 ‘제9회 여초전국휘호대회’와 초등부 및 중고등부가 참여한 ‘제46회 전국학생휘호대회’로 나뉘어 열렸다. 문 씨는 주요한(1900∼1979)의 시 ‘샘물이 혼자서’를 주제로 골랐다. 그는 “그날따라 이 주제가 눈에 들어와 평소 즐겨 그리던 대나무를 시 옆에 그려 넣었다”며 “대나무는 흑백이 확연히 드러나도록 표현했다”고 말했다.

문 씨의 대상 수상작 ‘샘물이 혼자서’. 여초서예대전 제공
문 씨의 대상 수상작 ‘샘물이 혼자서’. 여초서예대전 제공
수상작 ‘샘물이 혼자서’는 묵의 농담을 달리하며 그린 대나무와 생동감을 지닌 글이 멋스럽게 어우러진다. 그는 “캘리그래피를 하기 전 문인화를 먼저 시작했다”며 “사군자 중 하나인 대나무에 익숙하다”고 말했다. 그는 “서실 친구들과 가벼운 마음으로 대회에 참가했다가 큰 상을 받게 됐다”며 기뻐했다.

개인 사업을 하고 있는 그는 약 15년 전 친구의 권유로 강원 춘천시 춘천문화원에서 문인화를 배우기 시작했다. 이어 한글로 다양한 글씨체를 실험해 볼 수 있는 캘리그래피의 매력에도 빠졌다. 그는 “(캘리그래피는) 여성 선생님에게 배웠고, 선생님을 닮고 싶어 하다 보니 글씨체도 섬세한 편”이라며 웃었다.

그는 묵향을 맡아 가며 한 자 한 자 글씨를 써보는 경험이 지금처럼 모든 것이 빨리 돌아가는 시대에 큰 즐거움이자 매력이 될 수 있다고 했다.

“타자를 치지 말고 (글씨를) 써보라는 이야기를 젊은 친구들에게도 많이 하고 있습니다. 붓끝에서 나오는 자기만의 선이 있거든요. 또 먹물은 까만색이지만 물의 양에 따라 여러 가지 색을 낼 수 있어 그 변화를 보며 그리고 쓸 수 있다는 것이 엄청난 정서적 경험이 됩니다. 집중하는 경험도 정신적으로도 큰 도움이 되고요.”

#여초서예대전#성인부대상#문용기씨#샘물이 혼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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