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초서예대전 성인부대상 문용기씨
“묵향 맡아가며 한자 한자에 집중
빨리 돌아가는 시대에 큰 즐거움”
“자판을 치는 것과 직접 쓰는 것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손으로 글씨를 써보면 어떨까요?”
‘2023 여초서예대전’에서 성인부 대상(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받은 문용기 씨(61)는 ‘쓰기’의 매력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동아일보사와 인제군문화재단, 여초서예관이 공동 주최한 이번 대회에 참가한 문 씨는 순수캘리 부문에서 최고상을 받았다. 기존에 한글, 한문·전각, 문인화 부문이 있었고, 올해 순수캘리가 신설됐다.
여초서예대전은 서예가 여초 김응현 선생(1927∼2007)을 기리는 서화경연대회로 서예 연구단체인 동방연서회와 동아일보사가 1961년 국내 최초로 개최한 휘호대회인 ‘전국 남녀 초중고등학교 학생휘호대회’에 뿌리를 두고 있다.
여초서예대전은 9월 2일 성인부(20세 이상)와 기로부(70세 이상)가 참여한 ‘제9회 여초전국휘호대회’와 초등부 및 중고등부가 참여한 ‘제46회 전국학생휘호대회’로 나뉘어 열렸다. 문 씨는 주요한(1900∼1979)의 시 ‘샘물이 혼자서’를 주제로 골랐다. 그는 “그날따라 이 주제가 눈에 들어와 평소 즐겨 그리던 대나무를 시 옆에 그려 넣었다”며 “대나무는 흑백이 확연히 드러나도록 표현했다”고 말했다.
수상작 ‘샘물이 혼자서’는 묵의 농담을 달리하며 그린 대나무와 생동감을 지닌 글이 멋스럽게 어우러진다. 그는 “캘리그래피를 하기 전 문인화를 먼저 시작했다”며 “사군자 중 하나인 대나무에 익숙하다”고 말했다. 그는 “서실 친구들과 가벼운 마음으로 대회에 참가했다가 큰 상을 받게 됐다”며 기뻐했다.
개인 사업을 하고 있는 그는 약 15년 전 친구의 권유로 강원 춘천시 춘천문화원에서 문인화를 배우기 시작했다. 이어 한글로 다양한 글씨체를 실험해 볼 수 있는 캘리그래피의 매력에도 빠졌다. 그는 “(캘리그래피는) 여성 선생님에게 배웠고, 선생님을 닮고 싶어 하다 보니 글씨체도 섬세한 편”이라며 웃었다.
그는 묵향을 맡아 가며 한 자 한 자 글씨를 써보는 경험이 지금처럼 모든 것이 빨리 돌아가는 시대에 큰 즐거움이자 매력이 될 수 있다고 했다.
“타자를 치지 말고 (글씨를) 써보라는 이야기를 젊은 친구들에게도 많이 하고 있습니다. 붓끝에서 나오는 자기만의 선이 있거든요. 또 먹물은 까만색이지만 물의 양에 따라 여러 가지 색을 낼 수 있어 그 변화를 보며 그리고 쓸 수 있다는 것이 엄청난 정서적 경험이 됩니다. 집중하는 경험도 정신적으로도 큰 도움이 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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