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러운 것’으로 묘사한 애도의 감정… ‘인간 공통의 본성’ 다루자 메디치상이 왔다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1월 10일 16시 03분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로 프랑스 4대 문학상 중 하나인 메디치 외국문학상을 받은 작가 한강이 9일 오후(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그라세(Grasset)출판사에서 한국 특파원들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파리=뉴스1
“‘작별하지 않는 마음’을 느껴주시면 좋겠어요. 이 소설은 정말로 헤어지지 않는다는 마음, 끝까지 애도를 멈추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한강 소설가(53)가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로 프랑스 4대 문학상 가운데 하나인 메디치 외국문학상을 9일(현지 시간) 수상한 뒤 소설의 불어판을 낸 그라세 출판사에서 한국 특파원들과 만나 이 같이 소감을 밝혔다. 메디치상은 공쿠르상, 르노도상, 페미나상과 함께 프랑스의 4대 문학상으로 꼽힌다.

이 소설은 한 작가가 2016년 ‘채식주의자’로 부커상을 수상한 이후 5년 만인 2021년 펴냈다. 제주 4·3의 비극을 세 여성의 시선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그는 “눈, 눈송이의 질감, 촛불, 벽에 어른거리는 그림자라든지 가볍고 부드러운 것들에 대해 많이 묘사 했다”며 “이것이 (제가) 어떤 방식으로 사건에 다가가고 있는지 감각으로 느껴주시면 좋겠다”고 했다.

작별하지 않는다. 문학동네 제공
작별하지 않는다. 문학동네 제공
무거운 한국 역사를 다뤘음에도 프랑스 문단의 좋은 평가를 받은 데 대해 한 작가는 “역사 속에서 일어난 일을 다룬다는 것은 인간 본성에 대해 질문하는 일”이라며 “(한국과 프랑스가) 설령 역사적 배경이 다르다고 해도 인간으로서 공유하는 것이 있어서 당연히 누구든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작가는 이 작품을 쓰면서 대부분 사건 관련자를 직접 만나기보다 기존에 연구된 자료를 활용하고, 제주도에도 자주 가서 시간을 보냈다. 그는 “소설을 쓴다는 이유로 그분들(제주 4·3 관련자)의 상처를 다시 열고 싶지 않았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9일 오후(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그라세(Grasset)출판사에서 마련한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 메디치 외국문학상 수상 기념 축하 칵테일 파티에 참석한 최경란 번역가가 한국 특파원단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파리=뉴스1
그는 서울을 배경으로 한 ‘겨울 3부작’을 집필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 현대사에 대해선 그만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며 “제 소설엔 겨울 이야기가 많은데 지금 준비하는 건 겨울에서 봄으로 가는 이야기일 것 같다”며 “바라건대 다음엔 좀 봄에서 시작하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그라세 출판사는 작품의 초판에 5000부를 인쇄했지만 이날 메디치 수상 뒤 1만5000부를 새로 찍기로 했다. 출판사의 조하킴 슈네프 편집자는 “책이 처음 발간됐을 때부터 독자들이 열광했고, 많은 비평가가 최고 평점을 줬다”고 전했다. 또 “프랑스 독자들은 이 책을 읽으면서 한국의 제주 4·3 사건을 알게 됐다”며 “프랑스에서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이 책을 통해 한국의 현대사를 포함한 역사에 대한 이해를 더 하게 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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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많은 댓글

  • 2023-11-10 17:36:51

    제주도 4.3 사건를 뭘 알은걸까? 우리가 프랑스 소설 한권 읽고 영국과의 백년전쟁을 알았다고 하면 다 알은 건가? 영국작가 쓴 백년전쟁은 또 다를텐데? 글재주 좋은 전라도인의 시각에서 다루어진거겠지. 수없이 왜곡된 역사 교육과 전라도인들 특유의 피해 역사 의식이 가미된 작품 같다.

  • 2023-11-10 17:46:41

    한강씨 기생충 버금가는 조국가족 문재인과 마약을 조장하는 인간들 대도 이재명 어떻게 한나라가 빚으로 무너지고 부패한 인간들이 민주화의 가면을 쓰고사법부를 장악해 나라를 파탄내는 30부 장편 대하 소설을 한번 써보시길 권합니다. 소선은 대악과 닮았다. 작은 감정의 충실함속에 거대악이 존재한다는 아이러니 하하..

  • 2023-11-10 20:57:51

    4.3에 피해자에 대해 잊지 말자는 작품입니다. 동아일보가 이렇게 가볍게라도 다뤄주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입니다. 암요, 반발하는 댓글러들이야 뭐 어쩌겠습니까. 반공이라는 허울만 있으면 그게 학살이든 뭐든 용인된다는 분들은 조용히 기다리는 것 밖에 다른 방도가 없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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