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 영국 탐험가 제임스 쿡은 항해 전 모든 선원에게 매주 독일식 양배추 절임인 사워크라우트를 900g씩 먹도록 명령했다. 영국인에게 낯선 독일 음식을 권한 덴 이유가 있었다. 사워크라우트 한 접시에는 비타민C 약 150g이 들어 있어 수백 년간 많은 선원을 죽게 한 괴혈병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됐다.
효모와 곰팡이, 박테리아 등 각종 미생물을 이용해 직접 만드는 발효식품은 20세기 들어 위험한 것으로 취급됐다. 이 무렵 공장에서 식품을 생산하는 것이 발달하면서 멸균 시설에서 베이킹파우더 같은 화학적 재료를 사용한 발효만이 안전하다는 인식이 굳어졌다. 음식·문화사 칼럼니스트인 저자는 이런 문화가 발효식품의 다양한 맛과 정체성을 죽였다고 본다. 책은 와인과 맥주에서 출발해 수천 년간 인류 역사와 함께해 온 발효식품의 역사를 되짚는다.
19세기 미생물학자 루이 파스퇴르가 나폴레옹 3세의 부탁으로 상한 와인을 조사하다 발효가 부패가 아닌 생식의 결과임을 알아내는 과정부터, 양치기가 깜빡하고 놓고 간 샌드위치에서 푸른곰팡이 치즈를 발견한 이야기, 한국의 김치와 독일의 사워크라우트 등 채소를 발효하는 다양한 방식 등 여러 시대와 공간을 아우른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저자는 발효 식품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없애고자 한다. 물론 과정이 잘못될 경우 발효 식품은 자칫 독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두려움 때문에 얻을 수 있는 수많은 영양과 효과를 포기하지 말고, 현명하게 알아나가자고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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