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한강, 佛메디시스상 소감
“4·3 그린 ‘작별하지 않는 마음’
역사적 배경 다른 나라에서도
인간 본성 다룬 글은 통하는듯”
“‘작별하지 않는 마음’을 느껴주시면 좋겠어요. 이 소설은 정말로 헤어지지 않는다는 마음, 끝까지 애도를 멈추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로 공쿠르상 등과 함께 프랑스 4대 문학상인 메디시스 외국문학상을 받은 소설가 한강 씨(53·사진)가 9일(현지 시간) 밝힌 소감이다.
이 작품 프랑스어판을 낸 파리 그라세출판사에서 한국 특파원들과 만난 한 씨는 “눈, 눈송이 질감, 촛불, 벽에 어른거리는 그림자라든지 가볍고 부드러운 것에 대해 많이 묘사했다”며 “(제가) 어떤 방식으로 사건에 다가가고 있는지 감각으로 느껴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2021년 펴낸 이 작품은 제주 4·3사건의 비극을 세 여성의 시선으로 풀어냈다. 무거운 한국 현대사를 다뤘는데도 프랑스 문단의 호평을 받은 데 대해 한 씨는 “역사 속에서 일어난 일을 다룬다는 것은 인간 본성에 대해 질문하는 일”이라며 “설령 역사적 배경이 다르다고 해도 인간으로서 공유하는 것이 있어서 당연히 누구든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재 서울을 배경으로 한 ‘겨울 3부작’을 집필 중인 한 씨는 “한국 현대사에 대해선 그만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제 소설엔 겨울 이야기가 많은데 지금 준비하는 건 겨울에서 봄으로 가는 이야기일 것 같다”며 “바라건대 다음에는 봄에서 시작하는 이야기를 좀 하고 싶다”고 했다.
조아킴 슈네르프 편집자는 “책이 처음 나왔을 때 독자들이 열광했고 많은 비평가가 최고 평점을 줬다”고 전했다. 초판 5000부를 찍은 그라세출판사는 이날 1만5000부를 더 찍기로 했다. 2016년 ‘채식주의자’로 부커상을 받은 한 씨는 2019년 제33회 인촌상을 수상(언론·문화부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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