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회 두 작가 신작 만나는 월하미술 ‘기억으로부터’展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1월 20일 16시 02분


권순철의 작품 ‘아낙’. 사진: 김민 기자


주름진 얼굴은 무심코 보면 고단하고 지친 것 같지만, 가까이 가면 화려한 색이 겹겹이 쌓여 있다. 오랫동안 지나온 시간 속에 얼굴이 마주했던 환희, 기쁜 순간들이 고스란히 기록된 것처럼 말이다. 서양 미술사를 벗어나 ‘한국인의 얼굴’을 그려온 권순철(79)의 작품 ‘아낙’이다.

‘아낙’ 속 빛은 겪은 화려한 색이라면, 이 작품 옆에는 다른 방식으로 표현된 빛이 나타난다.

곽수영 작가의 성당 연작 ‘Voyage Immobile’. 사진: 김민 기자


곽수영(69)의 성당 연작 ‘Voyage Immobile’은 캔버스에 물감을 칠한 뒤 말리고 덧칠하는 과정을 반복한 다음, 그 물감을 거꾸로 긁어냈다. 이를 통해 고딕 성당 건물에 은은하게 비춰오는 빛을 묘사해낸다.

프랑스 파리의 재불작가협회인 ‘소나무회’에서 활동한 두 작가의 작품을 볼 수 있는 기획전 ‘기억으로부터’가 서울 종로구 월하미술에서 열린다. 전시는 권순철의 ‘아낙’과 곽수영의 성당 연작 등 20여 점을 1, 2층에서 선보인다. 월하미술은 소격동의 오래된 집을 리모델링한 갤러리로 앞뜰에는 감나무가 있고, 2층 벽은 짙은 푸른색 페인트가 칠해져 있다.

두 작가가 활동한 ‘소나무회’는 1991년 결성돼 1992년 파리 근교 이시레물리노의 옛 탱크정비공장을 기반으로 이어졌다. 이때 한인 예술가들이 주축이 되어 공장을 46개 작업실로 개조해 함께 작업하고 토론했다. 권순철 곽수영과 이배 등이 소나무회의 1세대 작가로 꼽히며 지금까지도 재불 작가들이 참여하고 있다.

월하미술을 운영하는 신영채 대표는 증조할아버지 대부터 미술 작품을 수집해 온 컬렉터다. 한국화인 운보 김기창부터 현대미술인 이우환까지 소장해온 가운데, 한국 근대 회화가 제대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것을 보고 고전과 현대를 아우르는 갤러리를 운영하겠다고 결심했다. 이는 한국 고전문학을 연구한 바탕도 작용했다. 신 대표는 “우리 고유문화와 현대 미술의 접점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다”며 “한국인만이 느끼는 정서가 담긴 예술을 소개하겠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25일까지.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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