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루마 “제 음악은 미완성, 관객의 이야기로 완성되죠”

  • 뉴시스
  • 입력 2023년 11월 20일 17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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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의 한국 공연이라 부담되고, 설레고, 기대됩니다.”

내년 데뷔 23주년을 맞는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 이루마(45)가 월드투어에 나선다. 호주와 뉴질랜드를 시작으로 한국·말레이시아·홍콩·대만·프랑스·영국·독일 등에서 자신의 음악을 들려준다. 특히 내년 1월로 예정된 서울 콘서트는 2017년 이후 7년만의 국내 공연이다.

이루마는 2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유진온뮤직 이온홀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한 번도 제가 연주자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며 “제 곡을 표현하기 위한 수단이 피아노였고, 제가 쓴 곡이니 제가 가장 잘 표현할 수 있겠다 싶어 시작한 게 여기까지 왔다”고 했다.

5세때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한 이루마는 1988년 10살의 나이로 영국 유학길에 올랐다. 영국의 명문음악학교 퍼셀스쿨을 거쳐 런던 킹스칼리지에서 현대음악의 거장 해리슨 버트 위슬을 사사했다. 피아노로 시작했지만 작곡으로 전공을 바꿨다. 무대공포증이 이유였다.

“늘 떨려요. 무대공포증이 심하거든요. 학창시절에는 무대에 올라 잘 연주하던 베토벤, 멘델스존의 곡들을 잊어버려 마음대로 지어서 연주하고 내려온 적도 있어요. 무대 체질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중학교 때부터 작곡레슨을 받았죠. 어느날 제 곡을 듣고 친구들이 악보로 써서 달라고 했어요. 그때 작곡가가 돼야겠구나 생각했죠.”
이루마는 2001년 첫 앨범 ‘러브 신’을 발매했고, 이후 KBS 드라마 ‘겨울연가’에 수록된 ‘When the love falls’로 전세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작곡이 전공이지만 제 곡을 연주하다보니 연주자 같은 사람이 됐죠. 그러면서 제가 거쳐온 과정에 다 이유가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지금도 무대에 오르면 떨리지만 마인드 컨트롤을 하고, 스스로 최면을 걸어요. 여기 있는 사람들은 모두 나를 좋아하는 사람이고, 이 공간은 저에게 익숙한 곳이라고요.”

그는 2001년 첫 앨범 발매 후 200곡이 넘는 곡을 작곡했고, 20억 스트리밍 뷰를 기록했다. 2016년과 2017년, 2018년에는 뉴욕 카네기홀과 링컨센터,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등 세계적인 무대에서 매진을 기록했다. 코로나19로 인해 공연을 할 수 없던 기간에도 10주년 기념 앨범이 미국 빌보드 차트 클래시컬 부문에서 23주 동안 1위에 올랐다. 이 앨범은 현재까지 170주 이상 차트 상위권을 지키고 있다.

“음악은 많이 알려졌는데 상대적으로 얼굴은 안 알려졌어요. 길거리 버스킹, 호텔 등에서 제 음악을 듣게 될 때가 있는데 다가가서 ‘제 음악을 연주해줘 감사하다’고 하면 안 믿는 경우가 많아요.(웃음) 얼마 전에도 독일의 한 호텔에서 제 음악을 들었어요. 직원에게 제 음악이라고 했더니 안 믿어서 유튜브를 보여줬죠. 그런 순간들이 반갑고 흐뭇해요.”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는 시간이 더 많지만 이루마에게 한국무대는 늘 소중하다. “아직도 이름 때문에 일본인이라고 오해하는 분들이 있어요. 영국에서 유학하며 유년기를 보냈지만 전 한국인이고, 한국에서 공연하고 인정받아야 어느 곳에서든 인정받을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요.”

내년 1월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갖는 공연의 주제는 ‘봄을 닮은 겨울’이다. 새 앨범 ‘논엘라 피네’의 수록곡 ‘끝이 아닌 끝(non ? la fine)’과 ‘하얀 봄(la bianca primavera)’ 등의 최신곡을 첼로 협주로 선보인다.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키스 더 레인’, ‘리버 플로우스 인 유 등 대표곡들도 체임버 오케스트라 연주와 함께 새로운 편곡으로 들려준다.
“하얀봄은 겨울에 눈발이 벚꽃처럼 흩날리는 걸 상상하며 쓴 곡이에요. 저에게 계절은 기억이자 추억입니다. 봄을 닮은 겨울은 나만의, 여러분들의 계절이죠. 제 음악은 미완성입니다. 제 음악을 들으시는 관객들의 이야기가 제 음악과 합쳐지며 음악이 완성되죠.”

이루마는 “월드투어의 관전포인트는 저 자신”이라고 했다. “앨범으로 들어도 좋지만 제가 워낙 즉흥적으로 연주하는 걸 좋아해요. 공연에서만 들을 수 있는 연주를 즐길 수 있을 겁니다.”

이루마는 수년간 전(前) 소속사 스톰프뮤직과 저작권 문제로 소송을 벌이며 마음고생을 겪었고, 최근 약정금 반환 소송 2심에서 일부 승소했다. “소송을 5년 넘게 했는데 좋은 결과가 나왔어요. 클래식이나 연주음악을 하는 사람들이 서포트를 잘 받을 수 있는 매니지먼트사가 많지 않고, 당장 공연을 하고 싶은 마음에 잘 모르고 계약을 하는 경우가 많아요. (후배 음악인들이) 계약서를 잘 보길 바랍니다.”
이루마는 자신의 작품이 누군가의 ’배경음악‘이 되길 바란다. “청중들이 음악을 들으며 어떤 순간을 만나고, 다시 나중에 언젠가 제 곡을 들었을 때 당시의 기억을 떠올리면 좋겠어요.”

“클래시컬한 음악이든 대중적 요소가 있는 음악이든 좋은 곡들을 쓰고 싶어요. 뮤지션들에게 인정받는 뮤지션이고 싶죠. 영화음악이나 드라마음악을 할 의향도 늘 있어요. 나이가 들면 들수록 고민이 많아지네요. 나이가 더 들면 저 자신이 만족할 수 있는 실험적 음악으로 갈 것 같기도 해요. 제가 세상을 떠난 후 제 딸이 ’아빠가 이런 음악을 썼네‘ 생각하며 자랑스러워 할 수 있는 곡을 쓰고 싶어요.”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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