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사당패 첫 女우두머리… ‘암덕’의 삶 현대적 재해석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1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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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국립정동극장서 공연

서울 중구 국립정동극장에서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인 남사당놀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암덕: 류(流)의 기원’이 22∼26일 공연된다. 조선시대 가난한 소작농의 딸로 태어나 15세에 남(男)사당패 사상 처음 여성으로 우두머리가 된 바우덕이(김암덕)의 삶을 다룬 이번 공연에선 전통연희 소품도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을 것으로 보인다. 소품으로 공연을 들여다봤다.

● 덧뵈기(탈놀이) 탈

얹은머리로 담담한 표정을 짓는 각시탈, 술에 취해 붉은 얼굴을 한 취발이탈 등 ‘암덕’에선 5가지 종류의 탈 20개가 사용된다. 부모에게 버림받은 바우덕이는 이 탈들을 좇아 남사당패에 들어가기로 마음먹는다. 이현 안무가는 “다양한 탈에 우리 삶이 반영돼 있다”며 “바우덕이는 탈을 보며 어른들의 모습을 상상하고, 외로움을 잊기도 한다”고 했다.

● 사자탈

매서운 겨울이 찾아오자 바우덕이와 사당패는 역경을 마주한다. 바람 앞의 촛불처럼 위태로운 이들 앞에 나타난 것은 푸른 몸통에 흰 털이 수놓인 사자 한 마리. 위풍당당하게 걷는 무대 위 사자는 사자춤 전문 무용수 2명이 연기한다. 정성숙 국립정동극장 대표는 “사자는 예부터 악귀를 물리치는 수호신 같은 존재”라며 “남사당놀이에서 사자춤(사진)이 흔하진 않지만 극적인 전개를 위해 활용했다”고 말했다.

● 버나 대접

공연 3막, 바우덕이가 외줄을 타는 동안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풍물패와 버나는 ‘암덕’의 하이라이트다. 버나는 대접을 긴 막대로 돌리거나 서로 던지고 받는 남사당놀이의 재주 중 하나다. 사기 접시 등을 쓰기도 하는데 이번 공연에선 가죽으로 만든 넓적한 원판과 최장 130cm 길이의 막대를 사용한다. 정 대표는 “서양의 서커스와 비슷하지만 우리 연희는 관객과 재담을 주고받으며 아픔을 보듬으려 한다”고 설명했다.

● 부포

부포는 새의 깃털로 풍성한 모란꽃 모양을 만든 모자다. 꽹과리를 치며 풍물패를 이끄는 상쇠가 쓴다. 머리를 뱅뱅 돌리며 꽃을 오므렸다 펴고, 돌연 곧추세우기도 한다. 이 안무가는 “조선시대엔 꿩, 닭의 털을 주로 사용했지만 최근엔 더 부드럽고 풍성한 타조 등의 털을 사용한다”며 “부포는 가진 것을 모두 동원해 서민 관객에게 풍요로운 볼거리를 제공하려 했던 과거 풍물패의 마음을 보여준다”고 했다. 전석 4만 원.

#남사당패#암덕#국립정동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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