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사람이 평양에서 ‘아리랑∼아리랑∼아라리요∼’ 노랫말의 아리랑을 부른다면 누구든 자연스럽게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고 화답할 것이다. 아리랑은 남북이 같은, 한민족의 노래이기 때문이다.
다음 달 5일 ‘아리랑의 고장’인 강원 정선에서 한국예술종합학교 최초 탈북민 출신 입학생인 유은지 씨와 평양예술대학 출신 이지안 씨가 클래식기타로 ‘아리랑’ 듀엣 공연을 펼친다. 다음 달 4∼8일 정선아리랑센터와 경기 가평 청리움, 서울 서초구 정효아트센터에서 정효문화재단 등 4개 단체가 주최하고 동아일보사 등 9개 단체가 후원하는 제5차 세계한민족공연예술축제 ‘한인화락’ 공연 중 하나다. 총 8개국 연주자 120여 명이 참가한다. 두 사람은 ‘아리랑’ 외에도 북한에서 ‘올리브 목걸이 노래’로 잘 알려진 ‘엘빔보(El Bimbo)’를 선보일 예정이다. 공연은 무료다.
‘아리랑’은 기타 듀오용 악보를 구할 수 없어 손수 편곡했다. 23일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 씨는 “반복되는 선율이 단조롭게 느껴지지 않도록 가야금처럼 뜯는 주법을 넣고, ‘힘들어도 손잡고 같이 가보자’는 메시지의 ‘홀로아리랑’ 선율도 추가했다”고 말했다. 유 씨는 “심장에 가까이 끌어안고 연주하는 클래식기타엔 연주자의 감정이 그대로 실린다”며 “북에 두고 온 가족과 고향을 향한 그리움이 아리랑에 묻어날 것”이라고 했다.
두 사람은 ‘음악의 피’가 흐르는 가풍의 영향을 받았다. 이 씨는 북한에서 최고 인기를 누렸던 가수 최삼숙 씨의 딸이자 ‘이별의 부산정거장’을 부른 고 남인수 씨(1918∼1962)의 조카 손녀다. 그는 “어머니께서 나를 낳기 전날까지 노래 녹음을 했다. 배 속에서부터 접한 게 음악”이라고 했다. 유 씨는 인민학교 시절 아버지의 권유로 처음 기타를 잡았다. 그는 “어머니는 바이올린을 연주했고, 아버지는 노래를 잘하셨다. 유전자를 골고루 물려받았다”며 웃었다.
이들이 처음 만난 건 2년 전이다. 듀엣 연주 후 북한의 음악 등에 대해 설명해주는 토크콘서트로 합을 맞췄다. 공연이 끝나자 관객들은 두 사람을 찾아 고마움을 전했다. 유 씨는 “국가 간 관계는 좋고 나쁘길 반복하지만 적어도 나는 관객과 소통하며 ‘작은 통일’을 이뤄내자고 다짐했다”고 했다. 이 씨는 “음악엔 이념을 초월하는 힘이 있다”고 했다.
남북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날이 오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물었다. 두 사람은 “평양의 무대에 서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유 씨는 “귀국 독주회를 열어 ‘저 열심히 공부하고 왔어요’ 라고 말하고 싶다. 서양음악을 접할 기회가 없는 북한 주민들에게 아름다운 클래식음악을 들려주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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