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자승 스님이 숨진 채 발견된 경기 안성시 죽산면 칠장사 요사채(스님들의 살림집) 화재현장 인근에선 유서 형태의 메모 2장이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과 불교계 관계자 등에 따르면 화재 현장 인근에 있던 자승 스님의 승용차에서 2장의 메모가 발견됐다.
해당 메모에는 “경찰분들께, 검시할 필요없습니다. 제가 스스로 인연을 달리할 뿐인데 CCTV에 다 녹화되어 있으니 번거롭게 하지 마시길 부탁합니다”라고 적혀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한장에는 칠장사 주지 자강스님에게 “이곳에서 세연을 끝내게 되어 민폐가 많소. 이건물은 상좌들이 복원할 겁니다. 미안하고 고맙소. 부처님법 전합시다”라는 내용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메모를 확보해 필적 등을 확인하며 자승 스님이 직접 작성한 것인지 등을 조사 중이다.
또 화재 현장에 자승 스님 외에 다른 사람이 있었는지 수사 중이다. 조계종 관계자들은 “(화재 현장에) 4명이 함께 있었다는 내용은 확인 결과 사실과 다르다”며 “자승 스님께서 혼자 입적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자승 스님은 최근까지도 조계종 중흥을 위해 의욕을 보여왔기에 조계종 안팎에서는 스님이 스스로 입적했다는 내용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분위기도 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스님께선 12월초에 기자회견을 준비하는 등 최근까지 왕성하게 활동해 유서를 작성할 근거가 희박하다”며 “입적이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자승 스님은 대한불교조계종 제33, 34대 총무원장을 지냈다. 대표적인 사판승(행정을 담당하는 스님)으로서 전·현직 대통령 등 정치권 인사들과 꾸준히 교류해 왔다.
관계자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자승스님은 29일 선약을 취소하고 혼자 운전해 칠장사를 방문했다. 고인은 칠장사 인근의 아미타불교요양병원의 명예 이사장으로도 활동 중이었다. 이 요양병원은 조계종 스님들의 노후를 돌보는 무료 병원으로 지난 5월 개원했다. 자승 스님은 요양병원 방문시 칠장사에서 머무르곤 했다.
같은날 오후 6시 50분경 칠장사 요사채에 불이 났다는 신고가 119로 접수됐다. 출동한 소방대원들은 18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고 화재를 진압하던 중 오후 7시 47분경 건물 내부에서 시신을 발견했다.
고인의 시신은 경기 안성시 성요셉병원으로 안치됐다. 불교계 관계자들은 병원 인근 성혜원 장례식장 3·5분향실에 모여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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