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가 권진규 타계 50주기 맞아
PKM갤러리서 ‘… 릴리프’ 특별전
‘공포’ ‘가면’ 등 작품 8점 선보여
권진규의 테라코타 부조 ‘작품’(1965년·왼쪽 사진)과 ‘가면’(1967년). 권진규는 1949년 일본 도쿄 무사시노미술학교
조각과에서 공부한 뒤 1959년 귀국했으며, 1960년대 중반 서울 성북구 아틀리에에서 테라코타 부조를 집중적으로 제작했다. 서울
종로구 PKM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권진규: 조각가의 릴리프’ 특별전에선 그가 현실의 대상을 단순화해 표현한 부조 작품들을 볼
수 있다. 권진규기념사업회·PKM갤러리 제공
올해 작고 50주기를 맞은 조각가 권진규(1922∼1973)의 테라코타 부조 작업을 조명하는 ‘권진규: 조각가의 릴리프’ 특별전이 서울 종로구 PKM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테라코타는 찰흙을 구워서 만드는 기법으로, 수천 년이 지나도 작품이 잘 보존된다. 또 브론즈나 철과 같은 금속 작업에 비해 형태를 만들기 쉽다. 전시에선 테라코타를 활용한 권진규의 작품 8점을 만날 수 있다.
권진규의 작업은 ‘소녀’ 등 인물상이 흔히 알려져 있지만 이번 전시에선 현실의 대상을 단순화한 경향의 작품을 볼 수 있다. 날개를 양옆으로 펼치고 있는 새, 활짝 피어 꽃술이 드러난 꽃의 모습 등을 발견할 수 있다. 새의 날개와 꽃술은 자연의 생명력을 은유한다. 테라코타 부조 위에 채색을 더해 양감을 강조하거나, 질감을 돋보이게 한 점도 돋보인다.
권진규는 1964년 서울 성북구 동선동에 있는 작업실의 가마를 개축하면서 테라코타 조각을 시작했다. 그리스와 마야, 고구려 등의 고대 조각 다수가 평면 위에 형태를 만드는 부조로 제작됐다는 것에 주목해, 부조 작품을 만들었다.
‘공포’(1965년), ‘가면’(1966년경) 같은 작품은 한국 전통문화에서 소재를 가져왔다. ‘공포’는 한국의 건축에서 처마의 무게를 받치기 위해 기둥머리에 짜 맞추어 댄 나무를 가리킨다. 권진규는 이 무렵 전국의 문화 유적을 답사하며 다양한 건축 부재를 사진과 드로잉으로 기록했다. 이를 기반으로 부조 작품을 제작한 것이다. ‘가면’에는 테라코타로 만든 가면이 작품 상단과 하단에 부착되어 있다. 가면 양옆으로 날개처럼 펼쳐진 형태를 붙여 현대적인 미감을 더한다. 12월 9일까지. 무료.
이 밖에도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에선 권진규의 작품을 영구 전시하는 공간이 6월 1일부터 마련돼 상설전 ‘권진규의 영원한 집’이 열리고 있다. 작가의 유족이 2021년 서울시립미술관에 작품 141점을 기증한 데 따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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