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되기 직전에 당시 일본 유학을 다녀오신 최정선 선생님으로부터 처음으로 피아노를 배웠죠. 아직도 기억이 생생한데 벌써 80년이 되네요.”
원로 피아니스트 장혜원(84·이화여대 명예교수·한국피아노학회 이사장·사진)이 피아노 인생 80년을 기념하는 ‘피아노와의 삶 80주년 장혜원 음악회’를 10일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연다. 1부에서는 그가 20여 년 전 낙소스 클래식 인터내셔널 레이블로 음반을 발매해 세계의 인정을 받은 스카를라티와 피에르네의 피아노곡들을 연주한다. 2부에서는 그와 한국피아노학회가 작곡가들에게 위촉해 만든 소(小)협주곡 여섯 곡을 선보인다.
소협주곡 여섯 곡은 나인용 ‘달밤’, 신동일 ‘오빠생각’ ‘봄바람’, 정보형 ‘새야새야’, 김은혜 ‘아리랑’ ‘오 탄넨바움’ 등 익숙한 기존의 선율들을 주제로 한 3∼5분의 짧은 작품들이다. 라움 현악4중주단이 반주를 맡는다.
“일본을 비롯한 다른 나라들엔 현대에 바로크에서 낭만주의까지 다양한 스타일로 쓴 피아노곡이 많이 나와 있고, 오래된 피아노 교재들을 대체하고 있어요. 우리도 이렇게 해야겠다고 생각해서 지난해부터 국내외 작곡가에게 위촉했고 40여 곡이 모였죠. 단지 피아노 솔로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앙상블 교육까지 필요하다는 생각에 작은 협주곡으로 의뢰했고,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친숙한 선율들을 주제로 해 달라고 부탁드렸어요.”
그는 “여러 작곡가에게 의뢰하는 소협주곡 작업은 작곡계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100곡 정도 모이면 교재로 만들어 해외에도 전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민학교(현 초등학교) 5학년 때 전쟁이 났어요. 전쟁 와중에도 어머니는 창호지에 피아노 건반을 그려 연습시키셨죠. 마침 제가 사사하던 이애내 선생님께서도 대구로 피란을 오셔서 계속 피아노를 연마할 수 있었어요. 늘 음악과 함께할 수 있었던 제 삶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는 이화여대 석사 과정 졸업 후 독일 국비 장학생으로 선발돼 프랑크푸르트 국립음대에서 한국인 최초로 최고연주자 학위를 받았다. 36년 넘게 이화여대 교수로 재직했고, 이화여대 음대 학장과 서울종합예술실용학교 학장을 역임했다. 천안 이원문화원과 마포 이원문화센터를 설립해 운영해 왔으며, 대한민국 문화예술상과 독일연방공화국 십자공로훈장을 받았다. 음반사 낙소스 소속 아티스트로서 바흐의 피아노협주곡집과 하이든의 피아노협주곡집, 훔멜 피아노곡 전곡집, 스카를라티 소나타 전집, 피에르네와 이베르의 피아노 작품집 등을 발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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