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소 과격한 소신 발언으로 인기몰이 중인 이가 있습니다. 그는 청소 하나로 제2의 전성기를 맞은 브라이언(42)입니다. 그는 브레이브걸스 유정의 더러워진 자동차 창문 틈을 수건으로 문지르며 희열을 느끼고, ‘옷 무덤’이 된 걸그룹의 숙소를 보고는 두 눈을 희번덕이며 “What the hell”이라고 소리를 지릅니다. 청소가 취미이자 특기인 브라이언은 ‘청소광 브라이언’이라는 유튜브 콘텐츠로 그야말로 ‘떡상’했습니다. 브라이언이 집에서 청소기를 밀고 세탁기를 돌리는, 그야말로 청소‘만’ 하는 모습을 담은 청소광 1화는 한 달 만에 조회수 320만 회를 넘었습니다. ‘청소 하나로 이렇게 웃긴 사람은 브라이언밖에 없다’ ‘첫 방송 보고 화장실 청소했다’는 댓글이 쏟아집니다.
‘청소 예능’이라는 전무후무한 장르를 개척한 브라이언은 한 때 소녀팬을 몰고 다니던 실력파 아이돌이었습니다. 1999년 환희와 함께 ‘플라이 투 더 스카이’로 데뷔한 그는 ‘Sea of love’ ‘Missing You’ ‘중력’ ‘습관’ ‘남자답게’ ‘가슴 아파도’ 등 수많은 히트곡으로 사랑받았습니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의 이면도 있었습니다. 예민한 성격인 그는 무대에 오르고 예능에 출연하는 매 순간 긴장과 불안감에 시달렸습니다. 멤버 환희와는 ‘친하면 열애설, 안 친하면 불화설’이 났습니다. 안티팬들의 스토킹과 협박으로 죽음을 생각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달고도 썼던 가수 시절을 지나, 그는 ‘미국 청소 아저씨’로 인생 2막을 시작했습니다. ‘찐광기’를 뽐내며 예능 블루칩으로 떠오른 그에게 방송, 유튜브 할 것 없이 섭외 연락이 쏟아집니다. 매일 아침 8시부터 저녁 9시가 넘어서까지 촬영 3~4개가 잡혀 있는 살인적인 스케줄에도 그가 에너지를 잃지 않는 이유는 단 하나, 청소에 진심이기 때문입니다. “전 국민이 청소하는 그날까지” 청소의 이로움을 전파하겠다는 브라이언을 <복수자들>이 만났습니다. ‘청소광’에 이어 ‘키스광’도 노린다는 그의 속셈을 동아일보 유튜브 <복수자들>(https://youtu.be/-JEcNnQ6QJM)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청소로 제2의 전성기를 맞으셨어요. 첫 화 ‘청소광 브라이언’ 첫 화는 조회수 320만 회가 넘었습니다. 청소 콘텐츠로 이렇게 큰 인기를 끌 거라고 예상하셨나요?
전 그냥 청소를 좋아할 뿐이었어요. 청소를 콘텐츠로 만들고, 심지어 그걸 사람들이 좋아할 거라곤 상상도 못 했죠. ‘청소광’ 유튜브를 처음 기획할 때도 걱정이 많았어요. 회의 때 작가님들에게 “이걸 누가 볼까요? 청소에 관심이 있을까요?”라는 말도 했었고요. 별 기대 없이 평소와 똑같이 청소를 한 건데 너무 재밌게 편집이 잘 된 거예요. 첫 화를 보고 ‘아, 이거 되겠구나’ 싶었죠. 청소를 귀찮아하거나 게을렀던 분들이 청소광을 보고 자극 받아서 청소 시작했다는 반응이 제일 기분 좋아요.
―‘더러우면 싸가지 없는 거예요’라는 명언을 남기셨는데, 평소 신조인가요?
저는 정말 그렇게 생각해요. 농담이 아니었어요. 더럽다는 건 주변 사람들에게 지켜야 할 예의를 안 지키는 거예요. 누군가 우리 집에 놀러 왔는데 청소가 안 되어 있다면 싸가지 없게 느껴지잖아요. 깔끔하고 깨끗한 건 타인에게 예의를 지키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청소로 사업을 할 계획은 없나요?
예전엔 ‘내가 좋아하는 걸 비즈니스로 하자’는 생각이 강했어요. 운동을 좋아해서 크로스핏 체육관을 열었고, 꽃꽂이를 좋아해서 꽃집을 열었죠. 그런데 일이 되면 힘든 순간이 와요. 스트레스를 받으니 그 일을 못 즐기겠더라고요. 청소를 너무 좋아하는데 비즈니스로 하면 청소하는 게 싫어질까 봐 사업은 하지 않으려고요. 그 대신 청소 제품 PPL이 엄청 들어와요. 저희 집에 설거지 세제가 100병 있어요. 평생 다 써도 남을 거예요. 그래서 청소용품을 매니저, 친척, 친구들에게 나눠주고 있어요.
―청소광에서 브레이브걸스 유정님의 차를 세차해 주시고, 걸그룹 숙소를 청소해주는 등 청소 하나로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어요.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얻으시나요?
다른 예능을 할 때는 작가님들이 대부분 구성을 하시고 저에게 어떤 콘셉트인지 전달해주셨는데, 청소광에서는 제가 아이디어를 많이 내요. 무엇보다 제가 청소를 정말 좋아하고, 청소에 대해선 제작진 그 누구보다 가장 잘 아니까요. 그래서 회의를 할 때도 재밌어요.
브라이언은 SM엔터테인먼트를 세운 이수만 전 대표의 눈에 단번에 든 ‘확신의 SM상’이었습니다. 이 전 대표는 오디션장에서 브라이언을 보자마자 “쌍꺼풀 없는 눈이 H.O.T.의 장우혁과 비슷해 마음에 든다”며 그를 뽑았고, 연습생 생활 5개월 만에 그를 플라이 투 더 스카이로 초고속 데뷔시켰습니다. 외모뿐만 아니라 실력도 출중했습니다. 브라이언의 맑은 미성은 그룹 인기를 견인했습니다. 플라이 투 더 스카이는 매년 시상식에서 R&B 부문 상을 놓친 적이 없었습니다. 탄탄대로 같았던 그의 가수 생활에 우여곡절도 많았습니다. 교통사고로 인한 매니저의 죽음, 안티팬들의 괴롭힘 등이 이어져 극단적인 생각을 한 적도 있었습니다.
―플라이 투 더 스카이로 큰 인기를 얻으셨어요. 그런데 힘든 순간도 정말 많으셨다고요.
가장 힘들었던 때가 있어요. 2002년에 ‘효순이 미선이 사건’이 터졌어요. 여중생 두 명이 미군 장갑차에 깔려 숨진 사고였죠. 당시 저와 환희가 라디오 DJ였어요. 생방송 중에 게스트가 이 사건에 대한 제 생각을 물어서 ‘운전을 하던 미군들이 확실히 잘못한 일이지만, 미국이라는 나라 전체를 미워하는 건 이상한 것 같다’고 솔직하게 말했어요. 그 뒤에 댓글창에 ‘네 나라로 떠나라’ ‘브라이언 죽어라’ 이런 댓글이 쏟아졌어요. 케이크 안에 칼날을 숨겨서 집으로 보낸 사람도 있었어요. 어떤 분이 편지를 주셔서 팬레터인 줄 알고 열어 봤는데 사고 현장에 있던 여중생 얼굴에 저와 환희 얼굴을 합성한 사진이 들어있던 적도 있어요. 환희한테도 너무 미안했고, 저 스스로도 괴로웠어요. 소주를 매일 마시고 매니저 형한테 ‘저 그냥 죽을래요’라고 말한 적도 있어요. 당시엔 ‘절대 말실수하면 안 돼’라고 스스로를 괴롭혔는데, 시간이 지나니 내가 실수했다는 걸 인정하고, 앞으로 그런 일이 없도록 노력하는 게 최선인 것 같아요. 인간은 실수할 수밖에 없잖아요. 너무 스스로를 탓하지 말고 즐겁게 사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한때는 ‘국민가수’로 불렸을 정도로 플라이 투 더 스카이가 큰 사랑을 받았어요. 가수 활동을 할 계획은 없으신가요?
예전에는 노래하는 게 정말 즐거웠거든요. 그런데 반복된 성대결절로 목이 안 좋아진 뒤로 노래를 하는 게 부담스럽고 두려워졌어요. 제가 다시 음악을 하길 기다려주는 팬들에게는 미안해요. 한때 정말 사랑했던 노래를 못 하게 된 게 스스로도 정말 아쉽고요. 목 상태가 돌아온다면 다시 노래하고 싶어요. 지금은 내가 불편하고 두려우니까 못 하고 있지만요. 노래를 언젠가 다시 잘하게 된다면 그때는 컴백할 수 있겠죠?
―가수활동을 하지 않는 지금의 삶이 행복하신가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나만의 이미지가 구축되고, 그걸 사람들이 좋아해 준다, 삼박자가 맞기가 정말 힘들거든요. 그게 되고 있어서 너무 즐겁죠. 가수를 할 때는 항상 부담이 컸어요. 나만 생각하면 안 되고 팀 멤버도 생각해야 하니까요. 내 말실수 때문에 멤버가 피해 보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고요. 또 저는 방송에 나가면 긴장이 심했어요. 안 그래 보여서 사람들이 잘 모르는데, ‘엑스맨’ ‘연애편지’를 찍을 때 출연 전날부터 식은땀을 흘릴 정도로 걱정이 심했어요. 지금은 오롯이 나 자신만 신경 써도 되고, 내가 원하는 걸 할 수 있어서 자유로워요. 일을 하면서도 내 삶을 충분히 즐기는 행복에 빠졌어요. 어떤 분들은 좋은 것만 하려는 게 욕심이라고 하세요. ‘왜 남들 생각은 안 하냐?’고 하시는데, 남을 지나치게 생각하면 내 인생은 포기하게 되는 거잖아요. 그런 마음을 존중해주셨으면 좋겠어요.
맑은 미성으로 노래하던 ‘꽃미모’의 열여덟 소년은 청소의 이로움을 전파하는 유쾌한 마흔 둘 ‘미국 청소아저씨’가 됐습니다. 그의 데뷔무대인 1999년 ‘데이 바이 데이’ 유튜브 영상에는 요즘 들어 ‘청소광 아저씨 데뷔 무대다’라는 댓글이 달리고 있습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아와 행복을 찾아나가는 브라이언에게 ‘전성기’라는 단어는 무색합니다. ‘꽃미남 아이돌 듀오’ 수식어가 ‘미국 청소 아저씨’로 바뀌었을 뿐,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그의 긍정 에너지는 빛을 잃지 않습니다.
―‘미국 청소 아저씨’로 이미지가 굳어지는 것에 대한 부담감은 없으세요?
워낙 깔끔하고 냄새에 민감한 이미지다 보니 저를 처음 만난 사람들이나 길에서 만난 팬들이 ‘저한테 혹시 냄새나나요?’라며 조심스러워하시는 모습을 보면 죄송하더라고요. 그래도 청소는 늘 하는 것이고, 전 청소를 하면 즐거워요. 그걸 사람들이 좋아해 주니 부담이라기보다 행운인 거죠. 얼마나 갈지는 모르겠지만 온 국민들이 다 청소할 때까지 계속할 거예요.
―채널A ‘금쪽상담소’에 출연하셔서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고, 지나치게 예민해서 힘들다고 고백하셨잖아요. 요즘에는 좀 나아지셨나요?
어제도 3시간밖에 못 잤어요. 아침 일찍 촬영이 있어서 어제는 일찍 잠들려고 했는데 잘 안됐어요. 일찍 일어나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불면증이 더 심하게 오는 것 같아요. 불안감 때문에 잠에 못 드는 거죠. 평소에도 푹 못 자고 1시간에 한 번씩은 깨요. 깨서 물 먹고, 화장실 가고, 강아지들 잘 자나 보고…. 푹 자 본 적이 없어요. 해외 나갔다가 한국 돌아와서 시차 때문에 푹 자본 적은 있는데, 그 외엔 늘 수면 패턴이 불안정했어요. 제 성격인 것 같아요.
―방송에서 13년 째 솔로라고 하셨는데… 연애나 결혼에 대한 생각도 궁금해요.
친형이 21살에 결혼해서 조카가 20살이 넘었어요. 형을 보면서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도 했지만, 지금은 나이 들어가며 혼자 있는 행복에 빠졌어요. 연예인은 매니저, 스태프, 작가, PD 등 늘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는 삶이에요. 그래서 그런지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복처럼 느껴져요. 비혼주의자까진 아니지만 혼자 보내는 시간이 소중해졌어요. 만약 누군가를 만난다면요? 인생을 심각하지 않게, 재밌게 살아가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유머가 있는 사람이 좋아요. 아, 그리고 무엇보다 입냄새 나면 안 돼요. 저랑 방귀는 안 텄으면 좋겠고요. 하하.
―언제 행복함을 느끼세요?
일 끝나고 집에 와서 샤워하고 애쉬, 로미랑 소파에 누워있을 때가 가장 행복해요. 아무것도 안 하고 편하게 있을 때, 스트레스나 두려움 없이, 아무 생각도 안 하고 아이들한테 키스해주고 포옹해주는 순간이 요즘의 저에겐 제일 큰 행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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