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답은 1개다. 80억 명이 넘는 전 세계 사람들은 모두 호모 사피엔스 ‘단일종’에 속하기 때문이다. 15만∼20만 년 전 출현한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는 ‘호모 미그란스(이동하는 인간)’이자 ‘호모 하브리두스(잡종 인간)’임이 고인류학 연구의 정설이다.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인류가 끊임없이 다른 지역(in the other zones)으로 이동하며 광범위한 혼혈을 겪은 다양성의 결과가 오늘날 우리라는 것이다.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책은 지난해 말 진행된 콘퍼런스의 강연과 대담을 풀어 엮었다. 염운옥 경희대 글로컬역사문화연구소 학술연구교수,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장대익 가천대 창업대학 석좌교수, 민영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김학철 연세대 학부대학 교수, 이수정 경기대 범죄교정심리학과 교수 등 분야별 연구자 6명이 참여했다.
다양성을 사회학, 인구학, 범죄심리학 등 관점에서 풀어내며 단순히 ‘역지사지’의 감성에 호소하지 않는다. 책은 “국내 19세 이하 인구 100명 중 3명은 다문화 가정에서 태어났고, 전체 국민의 14%에 해당하는 700만 명 이상이 해외 180여 개국에 흩어져 살고 있는 한국은 이주 국가”라며 사실과 논리를 근거로 포용, 연대에 대한 동기를 자극한다. 또 한국의 합계출산율이 0.8명 이하로 떨어진 상황을 거론하며 “이주민이라 불리는 다양한 사람과 손잡지 않으면 생존 자체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강조한다.
책 후반부의 팽팽한 대담문에선 인구학적, 사회문화적 다양성이 부족한 우리나라가 어떤 노력을 기울어야 하는지 제시한다. 다른 문화권에 이질감을 느끼는 기성세대와 달리 스마트폰으로 전 세계와 연결되는 ‘잘파세대’(1990년대 중반 이후 출생)를 다양성 확대의 주역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말한다. 책은 “플랫폼에 기반해 역사상 전례 없는 ‘문명의 동시대성’을 타고난 세대의 정규 교육 과정에 ‘다양성 교육’을 편성하는 등 제도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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