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드라큘라’ 5번째 주인공… 전석매진
“입체적 인물인 드라큘라, 이번엔 다정함 기대해보길”
“드라큘라처럼 운명적인 사랑을 기다려요. 현실적인 성격이라 운명을 잘 믿지 않지만, 사랑에서만큼은 그러길 바라죠. 그런 사랑을 노래하는 넘버 ‘She’는 제가 가장 아끼는 곡입니다.”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11일 만난 뮤지컬 ‘드라큘라’의 주인공 배우 김준수(36)의 말이다. ‘드라큘라’는 6일부터 서울 송파구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 중이다. 2014년 초연부터 5번째 시즌인 이번 공연까지 빠짐없이 드라큘라 역을 맡아온 그는 드라큘라의 사랑과 원망, 고독이 뒤엉킨 감정을 호소력 짙은 노래로 표현해낸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그 어떤 작품보다 우선순위에 두던 ‘드라큘라’를 다시 공연할 수 있어 기쁘다”며 웃었다.
‘드라큘라’는 1897년 출간된 동명 원작 소설을 토대로 400여 년간 한 여인만을 바라본 드라큘라의 사랑을 그린 뮤지컬이다. 2004년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공연된 후 국내에선 2021년 4번째 시즌까지 총 318회 공연되며 누적 관객 40만 명을 모았다. 이번 공연에서 드라큘라 역은 김준수와 전동석, 신성록이 번갈아가며 연기한다. 드라큘라와 사랑에 빠진 여인 미나 역은 임혜영 정선아 아이비가, 드라큘라로 인해 아내를 잃고 복수를 꿈꾸는 반 헬싱 역은 손준호와 박은석이 각각 맡았다. 김준수가 출연하는 회차는 전석 매진됐다.
어느덧 14년 차 뮤지컬 배우가 된 그에게 ‘드라큘라’는 배우 인생의 이정표가 돼준 작품이다. 20년 전 그룹 동방신기로 데뷔한 후 2010년 뮤지컬 ‘모차르트!’로 뮤지컬 무대에 첫발을 내디딘 김준수는 “단편적인 캐릭터가 많은 뮤지컬계에서 드라큘라는 손에 꼽히는 입체적인 배역이다. 초연부터 창작진과 머리를 맞대고 배역을 연구하면서 배우로서 크게 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드라큘라 역을 맡은 후로 ‘가수 출신 배우’라는 꼬리표가 옅어지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드라큘라’는 그가 가장 많이 출연한 뮤지컬이기도 하다. 이번 공연에선 드라큘라의 다정함에 주목한다고 했다. 그는 “지금까지 패기 넘치고 다혈질인 드라큘라를 표현하려 했던 것과 달리 드라큘라와 미나의 첫 만남을 상상하며 더 다정한 목소리, 말투를 연기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드라큘라 역을 비롯해 뮤지컬 ‘데스노트’의 엘 역, ‘엘리자벳’의 죽음(토드) 역 등 신비로운 배역들로 유독 사랑을 받았다. 그는 “일반적이지 않은 목소리가 한몫하는 듯하다. 목소리만으로도 이런 분위기가 부각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유의 쇳소리로 개성이 뚜렷한 목소리를 지녔다. 그는 “인간 이외의 존재는 몸으로 풀어내는 연기가 중요한데, 아이돌 출신이다 보니 몸을 쓰는 덴 자신이 있다”고 했다.
인간의 피를 탐하는 배역에 맞춰 새빨갛게 물들인 머리카락은 일명 ‘샤큘’(시아준수 드라큘라)의 트레이드마크다. 그러나 이번 공연을 끝으로 그의 빨간 머리는 볼 수 없게 될 예정이다. 그는 “5∼7일에 한 번씩 염색을 하지 않으면 분홍색이 돼버린다. 운동할 때조차 빨간 물이 흐르고 수건과 베개를 버리는 건 기본이고 피부도 많이 상한다”며 “빨간 머리 드라큘라를 보고 싶다면 이번에 오셔야 한다”며 웃었다.
“모든 공연에서 최선을 다해왔기 때문에 그 수준을 넘지 못하면 ‘잘해야 본전’이죠. 관객의 기준도 이미 높아졌을 테니, 죽을힘을 다해 연기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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