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슬란드 피아니스트 올라프손
전곡 음반 내놓고 15일 내한 콘서트
“같은 소리 나지 않게 하려고 노력”
“25년 동안 골드베르크 변주곡 음반을 꿈꿨습니다. 각각의 변주를 펼칠 때마다 소우주(小宇宙) 하나씩을 발견하는 즐거움으로 충만해집니다.”
아이슬란드 피아니스트 비킹구르 올라프손(39)은 2023년 한 해를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에 바쳤다.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바흐가 카이저링크 백작이라는 귀족의 불면증을 달래주기 위해 작곡됐다는 얘기로 유명하다. 건축적 구성과 치밀한 조형으로 바흐 건반 음악 중에서도 우뚝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올라프손은 이 곡의 전곡 음반을 10월 도이체 그라모폰(DG) 레이블로 내놓은 뒤 세계를 돌며 골드베르크 변주곡 콘서트를 펼치고 있다. 그가 15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 온다. 변주들의 반복 여부에 따라 연주 시간 50∼90분이 걸리는 골드베르크 변주곡 단 한 곡으로 프로그램을 정했다.
음반 발매 후 올라프손은 “이 변주곡이 인생의 순환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처음에 나오는 ‘아리아’는 삶과 탄생에 대한 찬가와 같죠. 이어지는 변주곡들은 어린 시절이나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것 등 우리 삶에서 언젠가는 겪게 될 일들처럼 생각됩니다. 어떤 사람은 ‘이 곡은 추상적인 작품일 뿐’이라며 이런 생각을 반박하겠지만, 내 느낌은 그렇습니다.”
그는 자주 ‘오늘날의 글렌 굴드’로 불린다. 바흐 음악의 명해석자로 유명한 캐나다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1932∼1982)의 계보를 잇는다는 뜻에서다. 많은 연주가들이 음반을 ‘콘서트의 열등한 대안’ 정도로 생각하는 것과 달리 레코딩에서 새롭고 독창적인 기회를 찾는 점에서도 올라프손과 굴드는 비슷하다. “나는 글렌 굴드와 같지 않고 그런 비교는 위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음반 녹음을 예술로 끌어올린 굴드와 비교된다는 건 기쁜 일입니다. 내게도 굴드가 1955년 녹음한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최고입니다.”
올라프손은 이 곡을 녹음하면서 두 가지 선택 사이에서 고민했다. “전체 변주들의 통일성을 강조하는 방법이 있고, 정반대로 각각의 변주를 서로 다른 세계로 만들 수도 있습니다. 녹음 기간 동안 끝없이 고민하며 여러 가지 실험을 했고, 결국 각각의 변주에서 서로 같은 소리가 나지 않게 하는 데 중점을 두었습니다.”
그렇게 선보인 골드베르크 변주곡 음반은 굴드의 녹음 못잖은 찬사를 받았다. 영국 BBC 뮤직매거진은 “세련된 팔레트가 펼쳐지며 흠잡을 데 없는 터치는 깃털같이 가볍다”고, 독일 프레스토 뮤직은 “진지하고 성실하다. 절대 놓칠 수 없는 음반”이라고 평가했다.
올라프손은 미국 줄리어드음악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도이체 그라모폰 전속으로 필립 글래스, 드뷔시, 라모 등의 음반을 발매했다. 소리를 색(色)으로 느끼는 ‘공감각 아티스트’로 알려졌으며 자신의 앨범 표지 디자인까지 직접 맡는 점도 음반 애호가들의 관심을 끌어 왔다. 2019년 BBC 뮤직매거진 기악부문상을 받았고 영국 그래머폰 매거진 ‘올해의 아티스트’로 선정됐다. 5만∼12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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