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후년에도 무언가에 휩쓸리지 않는 연출가가 되겠습니다. 까불어서 미움받았던 옛날 그 시절처럼 성깔 있는 작업을 해야죠. 하하.”
제60회 동아연극상 연출상 수상 소식을 들은 김풍년 연출가(48·사진)는 느릿하지만 단단하게 말했다. 그가 연출한 ‘싸움의 기술, 졸’은 제60회 연기상까지 받아 2관왕을 차지했다. 그는 “상이 응원도 되지만 독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평가에 연연하기보다는 시간을 가지고 더 저에 가깝게, 더 ‘막’ 해야 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겠다”며 웃었다.
2016년부터 극단 작당모의에서 작가 겸 연출가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수상 소식을 듣고 배우와 제작진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그는 “이렇게 추운 겨울, 지금 이 시간에도 소극장을 지키고 있는 건 그분들이다. 지금까지 연극판을 지켜온 건 촌스러운 그 연극쟁이들”이라며 “(제 수상이) 서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싸움의 기술, 졸’은 장기(將棋)를 소재로 한 실험적인 연극이다. 장기판 위의 말처럼 살기 위해 싸워야 하는 세상에서 어떻게 싸울 것인가를 무겁지 않고 창의적이면서도 참신하게 그렸다. 줄자와 롤러스케이트, 진공청소기 같은 사물을 기발하게 사용해 한 편의 무용 공연을 보는 것 같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 연출가는 “지난해 대통령 선거 때 나라가 두 쪽으로 갈라지는 걸 보면서 떠올린 작품”이라며 “사람들이 싸우지 않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다가 아니다, 싸워야 한다면 어떻게 싸워야 할지 이야기하자는 데서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장기에는 문외한이어서 탑골공원은 물론이고 인터넷 강의, 유튜브 영상까지 봤다. 그는 “제작진 중 군대 내무반 장기 1등을 했던 이가 대국 시나리오를 짜주면서 장면을 만들어 나갔다. 저는 연출가지만 주로 앞에서 징징댔고 뒤에서 제작진이 문제를 해결해줬다”며 공을 돌렸다.
김 연출가는 2020년 동아연극상 신인연출상을 받고 이번에는 연출상을 받아 한 단계 발돋움했다. 그는 “운이 좋았다고 여기며 감사하고 겸허한 마음을 가지려 한다. 용기를 주고 응원해주는 동료들이 많아 앞으로도 더 많이 배운다는 마음으로 작품에 임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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