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들이 하늘에서 내려와 싯다르타(석가모니)가 자른 머리카락을 커다란 그릇에 담는다. 싯다르타를 둘러싼 인파는 이 광경을 축제처럼 즐긴다. 남인도에 세워진 한 스투파(부처나 훌륭한 스님의 사리를 안치한 불탑을 뜻하는 인도의 옛말)를 장식했던 3세기 말 석조 유물에 새겨진 장면이다. 속세의 기쁨을 뜻하는 머리카락을 포기한 채 진리를 좇은 석가모니의 이야기가 담겼다.
국립중앙박물관은 기원전 2세기∼기원후 4세기 남인도의 스투파를 장식했던 불교 미술품 97점을 선보이는 특별전 ‘스투파의 숲, 신비로운 인도 이야기’를 22일 연다. 미국 메트로폴리탄박물관이 7∼11월 개최한 ‘Tree&Serpent: Early Buddhist Art in India’를 들여온 것으로, 4개국(인도 영국 독일 미국) 기관 18곳의 소장품이 출품됐다.
전시는 석가모니가 세상을 떠난 뒤 그의 가르침이 석가모니가 머물렀던 북인도를 넘어 남인도에 전파되는 과정을 다뤘다. 석조 ‘사리함을 옮기는 코끼리’(기원전 2세기 후반)는 인도 최초의 통일 왕조인 마우리아 왕조의 아소카왕이 기원전 3세기 중엽 갠지스강 유역의 스투파 8곳에 봉안됐던 석가모니의 사리를 꺼내 인도 전역에 전파하고 8만4000개의 스투파를 세운 과정을 보여준다.
석가모니 없이 그의 존재를 은유적으로 드러낸 불교 미술품들도 눈길을 끈다. 석가모니가 보리수 아래에서 깨달음을 얻는 순간을 묘사한 석조 ‘빈자리를 향한 경배’(기원전 2세기 후반)가 대표적이다. 두 사람이 무릎을 꿇고 보리수 아래 텅 빈 대좌에 입을 맞추는 장면이 조각돼 있다. 내년 4월 14일까지. 5000∼1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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