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는 나의 일기”…故 이선균 생전 마지막 인터뷰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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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12월 28일 16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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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한인 언론인 뉴스매거진 시카고는 27일 공식 유튜브 채널에 지난 10월 7일 진행된 배우 이선균 씨와의 인터뷰 영상을 공개했다. 유튜브 갈무리
미국의 한인 언론인 뉴스매거진 시카고는 27일 공식 유튜브 채널에 지난 10월 7일 진행된 배우 이선균 씨와의 인터뷰 영상을 공개했다. 유튜브 갈무리
“지금 시점에서 내게 연기는 ‘일기’ 같다. 또 다른 일기를 잘 써 나가고 싶다”

지난 27일 생을 마감한 고(故) 배우 이선균 씨의 생전 마지막 인터뷰가 공개됐다.

미국의 한인 언론 ‘뉴스매거진 시카고’는 27일 공식 유튜브 채널에 “이 인터뷰는 지난 2023년 10월 7일 미국 시카고 다운타운에서 진행한 마지막 인터뷰”라며 영상을 게재했다. 10월 11일 공개된 12분 분량의 전체 영상 중 마지막 부분을 약 5분으로 편집한 영상이다.

올 10월 인터뷰 당시 이 씨는 제17회 아시안 팝업 시네마 영화제에 최우수성취상을 수상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했다. 이 씨는 상을 받으며 “어느 한 작품으로 (상을) 받는 것이 아니고, (24년간의) 나의 배우 일지에 대한 상 같아 더 뜻깊고 의미가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 씨는 인터뷰에서 ‘처음 연기를 시작했을 때와 20여 년이 지난 지금을 견줘봤을 때 본인은 어떻게 발전했다고 보는가’라는 질문에 호탕하게 웃으며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잘 됐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연기를 처음 시작한 당시를 생각하면 꿈도 꾸지 못할 일을 경험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영화 ‘기생충’으로)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 가서 작품상을 받고 할리우드 배우들한테 박수를 받았다”며 “정말 꿈꾸는 것 같았다. 꿈에서 좋은 패키지여행을 같이 다닌 느낌이었다”고 했다. “시작할 때 비하면 정말 용 됐다”며 웃음을 보이기도 했다.

이 씨는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2019)에서 동익 역을 맡아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기생충’은 2020년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등 4관왕에 오른 작품이다.

이런 그의 말에 진행자가 ‘그만큼 실력을 쌓아왔기 때문에 그런 자리에 있을 수 있었던 것’이라고 하자, 이 씨는“이번에 (최우수 성취상이라는) 상을 주신 것이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열심히 (연기를) 한 것에 대한 상을 주신 것 같아 굉장히 뜻깊고 의미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이어진 ‘앞으로 어떤 연기를 펼치고 싶은가’라는 물음에 이 씨는 “앞으로도 또 다른 일기를 써 나가야겠다고 생각한다”며 “어떤 것에 굳이 ‘하겠다’ 욕심부리지 않고 그냥 한 작품, 한 작품 캐릭터 하나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헛되이 하지 않고 감사한 마음으로 연기를 만들어가고 싶다”고 했다.

배우 송강호(왼쪽부터), 이선균, 최우식이 9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로스앤젤레스 더 런던 웨스트 할리우드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영화 ‘기생충’(감독 봉준호) 기자회견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0.2.10/뉴스1
배우 송강호(왼쪽부터), 이선균, 최우식이 9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로스앤젤레스 더 런던 웨스트 할리우드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영화 ‘기생충’(감독 봉준호) 기자회견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0.2.10/뉴스1


이 씨는 “(연기는) 텍스트로 적힌 인물을 제가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하게 하며 저를 풍성하게 만들어 준다”며 “(연기에는) 제가 느끼지 못했던 간접 경험을 통해 그 감정을 고민해 보고 가정해 보고 그런 과정이 많다. 이 과정들이 참 소중하고 재미있는 것 같다”고 했다.

끝으로 진행자가 ‘지금, 이 순간 이선균 배우에게 연기란 무엇인가’를 묻자 “그전에는 연기란 저에게 계속 주어지는 숙제라고 생각해 왔다”며 “제가 계획적인 인간이 아니라서 예습이나 복습은 하지 않지만 제게 주어진 숙제는 좀 잘하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숙제만 잘해도 커지고 풍성해지지 않나. (연기가) 그렇게 제 삶을 만들어준 것 같다”며 “(연기는) 제 삶의 어떤 동력, 양식을 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씨는 “지금 시점에서는 (연기가) 어떻게 보면 ‘일기’ 같다”며 “이번 상은 일기장에 겹겹이 쌓인 것들을 보고 ‘지금까지 내가 한 것이 나쁘지 않았다’, ‘열심히 했다’고 준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이 씨는 “또 다른 일기를 잘 써 나가고 싶다”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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