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2년 어느 날. 구본창은 친구에게 부탁해 남해 바닷가에 앉아 수평선을 바라보는 자신의 뒷모습을 촬영합니다. 언젠가 꼭 저 바다 너머 세상으로 향할 것이라는 다짐으로….
1988년 워커힐미술관에서 ‘사진, 새시좌’ 전을 기획해 ‘연출 사진’을 소개하면서 한국 현대사진의 서막을 연 구본창 작가(70)의 첫 국내 공립미술관 개인전이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립니다. 미술관 서소문 본관 1,2층에서 선보이는 대규모 회고전은 구본창의 전 시기 작품과 작가·기획자로 활동하며 수집한 자료를 모았습니다. 작품은 500여 점, 자료 600여 점을 소개합니다.
전시는 ‘호기심의 방’으로 시작해 ‘모험의 여정’, ‘하나의 세계’, ‘영혼의 사원’, ‘열린 방’ 등 대략 시간 순서 5개 주제로 구성됩니다. ‘호기심의 방’은 작가의 수집품을 통해 그가 가졌던 관심사를 보여주면서 시작되는데요.
제가 가장 흥미로웠던 공간은 ‘모험의 여정’입니다. 구본창이 독일로 유학을 떠났을 시절 사진들이 여기에 있습니다. 방학 때면 구본창은 상점 진열장 디자인, 배 사진 촬영, 구두 속지 끼우기 등 여러 아르바이트를 하며 모은 돈으로 유럽 도시를 여행했고 이를 ‘초기 유럽’, ‘일 분간의 독백’ 시리즈로 구성합니다.
이들 작품에서는 타지에서 이방인의 시선으로 본 도시의 풍경과, 홀로 외롭게 앉아 있는 작가의 모습 등이 펼쳐집니다. 특히 ‘열두 번의 한숨’에서는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겪는 낯섦과 불안함이 솔직하게 드러납니다. 달항아리나 비누 사진으로 유명한 구본창 작가의 작업 세계가 형성된 근원을 볼 수 있어 흥미롭습니다.
이러한 초기 작품은 물론 최근까지 여러 시리즈가 함께 소개되고, 또 시리즈별 제작 계기나 전시 배경을 구체적으로 담은 연보도 자세하게 소개되어 있습니다. 1·2월에는 ‘작가와의 대화’도 열립니다. 자세한 내용은 서울시립미술관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전시 정보 ‘구본창의 항해’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1, 2층 전시실 2024년 3월 10일까지
공예가들이 고민한 ‘지속가능한 삶’
서울공예박물관에서는 ‘올해의 금속공예가상’을 받은 역대 수상 작가 18명의 대표 작품과 신작을 소개하는 ‘만년사물’전이 열립니다. ‘올해의 금속공예가상’은 2013년 창설된 국내 유일작가상으로, 고려아연이 10년 동안 후원을 해왔습니다. 이번 전시도 공예박물관이 고려아연과 함께 개최합니다.
전시 제목 ‘만년사물’은 만년필처럼 오래 쓸 수 있는 사물을 함축적으로 표현했습니다. 전시는 크게 4개의 주제로 구성됩니다.
첫 번째 ‘물질을 탐구하다’ 주제는 공예가들이 친환경적인 재료를 선택해 물성을 탐구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김신령, 김연경, 원재선, 이영주, 천우선, 한상덕 등 금속공예가 6인이 오래 사용 가능한 사물의 형태와 기능에 맞는 재료를 고르고, 낯선 소재에 도전해 작업을 시도하는 방식을 소개합니다.
두 번째 ‘되살리고 덜 버리다’에서는 산업폐기물과 사물을 재활용해 작품으로 탄생시키는 공예가 박지은, 조성호, 홍지희의 작업이 공개됩니다. ‘일상에 기여하다’ 주제에서는 작품을 통해 일상 공간을 아름답게 만들거나 새로운 쓰임새를 제안하는 금속공예가 6인의 작업이 전시됩니다.
마지막 ‘제작환경을 생각하다’는 작가들의 작업 환경을 조명합니다. 공장지대, 도심 주택가, 교외 농촌 등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작업하는 작가들의 모습을 비교해볼 수 있어 흥미롭습니다. 박성철, 심현석, 현광훈의 작품이 소개됩니다.
1~2월에는 격주간 목요일마다 총 5번에 걸쳐 ‘공예가의 초대’ 프로그램이 열립니다. 작가 시연, 제작 체험, 라운드 테이블 등 여러 워크숍을 통해 작가를 직접 만나고 소통할 수 있습니다. 또 신년에는 매주 금요일마다 박물관이 저녁 9시까지 연장 운영됩니다.
● 전시 정보 만년사물 서울 공예박물관 전시 1동 3층 기획전시실 2024년 3월 10일까지
※ ‘영감 한 스푼’은 예술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창의성의 사례를 중심으로 미술계 전반의 소식을 소개하는 뉴스레터입니다. 매주 목요일 아침 7시 발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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