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공동체·연탄은행 허기복 목사
기름값 올라 연탄 사용 다시 늘어
후원 줄었지만 남 돕는 사회 꿈꿔
“없는 사람에게 밥은 하늘, 연탄은 땅이지요.”
최근 전국을 강타한 최강 한파가 물러간 27일 서울 노원구 연탄은행에서 만난 밥상공동체·연탄은행 대표 허기복 목사(67)는 어려운 이들에게 연탄이 어떤 의미를 갖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허 목사는 “올해 목표가 300만 장인데 현재 약 250만 장을 후원받은 상태”라며 “작년에 비해 기업 후원이 꽤 줄었다”고 말했다.
―작년보다 목표를 적게 잡았는데도 부족하다고요.
“작년에는 약 400만 장을 후원받았는데, 올해는 전기료도 많이 오르고 경기도 좋지 않을 거라는 전망이 있어서 목표를 적게 잡았어요. 그런데 기업 후원이 많이 줄어서 50만 장 정도가 부족한 상태입니다. 후원하던 기업에 호소했는데 쉽지 않습니다.”
―연탄을 때는 가구가 얼마나 됩니까.
“전국적으로는 현재 7만4000가구 정도인데, 2년 전(8만1000여 가구)보다 7000가구 정도가 줄었어요. 하지만 서울 등 일부 지역에서는 오히려 2400가구 정도가 늘었지요. 기름보일러를 쓰다가 다시 연탄으로 돌아갔기 때문이에요.”
―다시 연탄을 사용하는 이유가 뭔가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주거 개선 차원으로 기름보일러로 바꿔줬는데 기름값 지원은 없어요. 기름보일러를 쓰면 한 달에 50만 원 정도가 드는데, 연탄은 15만 원(150∼200장·장당 850원)이면 되거든요. 기름값이 없으니 연탄으로 다시 돌아간 거죠.”
―여름에도 연탄이 필요하다고 들었습니다.
“주거 환경이 워낙 안 좋아 장마철에는 방 안이 눅눅하고 통풍도 잘 안 돼 곰팡이가 많이 피거든요. 난방을 좀 해야 벽이나 방바닥에 습기가 고이거나 곰팡이가 피는 걸 막을 수 있어요. 봄, 가을에도 씻을 때 온수는 필요하고요.”
―연탄은행은 어떻게 시작하게 된 겁니까.
“1998년 IMF 외환위기 때 강원 원주에서 무료 급식소를 시작했는데, 어떤 분이 연탄을 후원하겠다고 하셨어요. 연탄 나누기 운동을 하자는 거죠. 그때 하루에 3시간 잠잘 정도로 너무 바빠서 처음에는 고사했는데, 후원하겠다는데 안 하는 것도 그렇잖아요. 그래서 수요 조사를 했는데, 할머니 한 분이 일주일째 한겨울 냉방에서 이불만 뒤집어쓰고 떨고 있는 걸 봤어요. 충격이었죠. ‘내가 목사라면서 세상을 너무 모르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게 계기가 돼 2002년 원주에 연탄은행 1호점을 세웠고, 현재 전국에 31곳의 연탄은행이 있습니다.”
―후원 모금 외에 힘든 점은 없는지요.
“도시가스가 훨씬 싼데 연탄 때는 걸 보면 부자 아니냐, 그런 사람들을 왜 도와주냐고 따지는 분들이 있어요. 도시가스가 연탄보다 싸긴 하죠. 도시가스관을 설치할 수 없을 정도로 낙후된 동네라 연탄을 때는 건데…. 또 대부분 산동네다 보니 일일이 지게로 져 날라야 하는데 조심해도 연탄 가루가 길에 떨어질 수밖에 없어요. 그러면 동네 지저분하게 한다고 뭐라 하는 분들도 있고…. 새해에는 조금은 더 남을 생각하는 사회가 됐으면 합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