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무렵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처음 냈던 영화 평론이 심사평에 언급된 뒤, 6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햇수로는 6년이지만 응모 횟수는 7차례가 되었으니 그야말로 칠전팔기의 당선 소식이었다. 무도(武道)를 깨치기 위해 도장을 전전하던 이름 없는 수련생이 마침내 도복을 한 벌 얻어 입는다면, 마치 이 같은 기분이 아닐까.
물론 나는 신춘문예가 완성을 고하는 자리가 아니라는 걸 잘 안다. 알을 깨고 나온 그 어떤 새라도 고작 발랑거리는 붉은 핏덩이에 불과하니, 앞으로 깃털을 갖춰 멋진 비상도 하려면 알 속에서의 삶을 버리고 완전히 새로운 태도를 맞이해야 하지 않겠는가.
데이미언 셔젤 감독에 관한 글을 쓰는 동안 나는 특히 ‘위플래쉬’라는 영화를 셀 수 없이 돌려 보았다. 손가락이 피투성이가 되도록 드럼 스틱을 휘두르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무슨 일이 있더라도 연마한 주법을 꼭 마무리 짓겠다는 강한 의지가 느껴지지 않나. 비록 단 한 곡일지라도, 최후의 순간까지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 주인공의 마음처럼, 앞으로의 나의 글쓰기 역시 그런 불굴의 의지를 답습하기 위한 노력이 되지 않을까 싶다.
끝으로 이 둔재의 부족한 작품을 두고 고심하느라 고생하셨을 심사위원님, 신춘문예 운영에 동분서주한 모든 분께 다시금 감사 인사를 드린다. 또한, 긴 시간 동안 많은 응원과 아이디어를 불어넣어 준 나의 친구들과 독자님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마지막까지 물심양면으로 응원해준 나의 어머니, 가족들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1989년 대구 출생 △부경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색다른 영화 시각을 넘어 듣는 것으로 확장
● 심사평
심사할 때 나름대로 방식이 있다. 응모된 원고들을 꼼꼼하게 읽어 보고 ‘베스트 5’를 먼저 선정한 후 재독하면서 최종 한 편을 선정하는 것이다. 영화상 등에서 5배수 후보작을 미리 선정하는 방식에 따른 것이다. 격려의 의미도 있다. ‘캘리포니아 양귀비가 K-휴먼에게 전하는 말’은 요즘 새롭게 화두로 떠오른 포스트휴먼의 관점에서 ‘블레이드 러너 2049’와 ‘공기인형’을 분석하고 있어 시의적절했다고 본다. ‘20세기 소년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제목으로 스필버그 감독을 논한 평문도 흥미로웠다. ‘어머니에 겁먹은 소년’이라는 화두로 ‘보 이즈 어프레이드’를 분석한 글은 독특한 해석적 시각을 보여 주고 있다. ‘변죽과 딜레탕티즘’이라는 키워드로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을 해부한 글도 전문성을 보여 주고 있다.
‘소리가 인간을 파괴했을까’라는 도발적 제목으로 데이미언 셔젤의 일련의 영화들을 분석하고 있는 평문은 우선 무엇보다도 신선하고 재미있었다. 평자는 소리가 인간을 파괴하는 방법을 크게 3가지로 분류하고 있는데, 첫째는 영화적 장치에 의한 것이다. 예컨대 ‘위플래쉬’에서 앰비다이제틱(Ambi-diegetic) 음악으로 처리된 도입부 OST가 그렇다.
둘째는 내러티브에 의한 것으로 ‘라라랜드’에서 주인공들의 무명 시절에 현실적인 소음들로 덧칠된 배경음 처리는 OST의 환상적인 뮤지컬과 좋은 대조를 보여 주고 있다. 셋째는 이성적 산물에 의한 것인데, 스탠리 큐브릭의 ‘풀 메탈 자켓’에서 폭력적 상사부터 ‘위플래쉬’의 플레처 교수에 이르기까지 욕설을 입에 달고 사는 캐릭터들이 그 단적인 예들이다. 이처럼 평자는 색다른 화두로 영화를 보는 것을 넘어서 듣는 것으로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그래서 이 평문을 당선작으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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