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발달장애인 첼로앙상블
‘날개’ 지휘한 정석준 음악감독
“세상과 소통하며 장애 극복 도움”
지난해 12월 12일 서울 강남구 일원동 세라믹팔레스홀에서 밀알복지재단(이사장 홍정길 목사)이 운영하는 밀알첼로앙상블 ‘날개’의 제11회 정기연주회가 열렸다. 2012년 창단된 ‘날개’는 발달장애 등 자폐성 장애인으로 구성된 국내 최초의 첼로 앙상블. 지휘를 맡은 정석준 음악감독(45)은 3일 일원동 밀알아트센터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장애가 있어도 꿈을 가질 수 있고, 또 얼마든지 이룰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연주곡이 에드바르 그리그의 ‘홀베르 모음곡’, 하이든 교향곡 94번 ‘놀람’ (2악장), 영화 ‘맘마미아’ OST 등 쉽지만은 않더군요.
“하하하. 우리 단원이 모두 18명인데, 다들 열심히 했어요. 물론 연습이 쉽지는 않지요. 한창 연습 중에 갑자기 나가서 간식을 먹거나 하는 돌발 행동을 하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나오는 우영우처럼 소리에 민감한 단원도 있었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관객들에게 연주가 끝난 뒤에도 박수를 치지 말아 달라고 부탁한 적도 있지요. 그런데 놀라운 게… 그 학생이 점차 악기 소리에 적응하고, 앙상블의 즐거움을 느끼다 보니 이제는 박수 치지 말아 달란 부탁을 안 해도 될 정도로 나아지더라고요.” ―‘날개’를 만든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날개’는 발달장애를 가진 아이들에게 세상과 소통하는 장을 만들어 주기 위해 만들어졌어요. 장애가 있다 보니 아이들이 세상에서 고립되기가 쉽거든요. 악기를 하다 보면 음악에 대한 기쁨은 물론이고 다른 사람의 소리를 듣고 맞춰 가게 되잖아요. 더 나아가 관객들에게 음악을 들려주고 박수를 받는 그런 과정 모두가 세상과 소통하는 것이죠. 음악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 아이들이 스스로 장애를 극복하고 이겨 내는 데 도움이 되더라고요.” ―눈으로 확인이 될 정도입니까.
“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아무래도 발달장애라는 특성상 좀 산만한 경우가 많아요. 집중을 하는 데도 한계가 있고요.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들이 연습하면서 집중하는 시간이 점차 늘어나더군요. 재미도 있고, 왜 해야 하는지도 알고 그러니까 견뎌 내는 것 같아요. ‘날개’에서 활동하다가 음대(첼로 전공)에 진학한 단원들도 있으니까요.” ―첼리스트로 활동하는 차지우 씨를 말하는 건가요.
“네. 그 외에도 몇 명 더 있어요. 지우는 치료 차원에서 첼로를 배웠는데 ‘날개’에서 활동하는 동안 악기에 대한 재능을 발견하고 아예 음대 진학으로 진로를 결정했어요. 지금은 대학원에 진학해 공부하면서 연주자로도 활동하고 있지요. 2016년 뉴욕 유엔본부 초청으로 ‘세계 장애인의 날’ 기념 공연도 했고요.” ―입단 자격은 어떻게 되는지요.
“초등학교 4, 5학년 이상만 되면 누구나 들어올 수 있어요. 악기를 배우지 않았어도 상관없어요. 들어와서 배운 아이도 많거든요. 들어오면 여기 있는 선생님들이 주 1회씩 개인 지도를 해줘요. 단체 앙상블 연습은 별도고요. 지금은 연 1회 정기연주회와 외부 초청 연주를 나가는데 앞으로 더 많은 공연 기회가 있었으면 하지요. 장애가 있어도 얼마든지 이겨낼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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