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석 1000여회 라이브 연 학전서
28주기 날 ‘제2회 노래상 경연대회’
“아름드리 될 씨앗” 7개팀 수상
학전 재개관 계획, 구체안은 미지수
가객(歌客) 고(故) 김광석(1964∼1996)이 세상을 떠난 지 꼭 28년째인 6일 서울 종로구 학전블루 소극장 앞. 어둠이 내리자 종일 맑았던 하늘은 약속이라도 한 듯 그의 생전 ‘보금자리’였던 학전의 지붕 위로 함박눈을 쏟아냈다. 이날 학전에서 ‘제2회 김광석 노래상 경연대회’가 열렸다. 대회를 찾은 관객들은 공연 전 꽃다발과 소주, 담배 등이 가지런히 놓인 김광석 노래비를 마주 보며 고인을 기렸다.
대회는 사회를 맡은 가수 박학기가 무대에 올라 친구의 사진 앞에서 향을 피우고 소주 한 잔을 따르면서 시작됐다. 김광석 추모사업회가 주최하는 이 행사는 2012년 ‘김광석 노래 부르기’라는 이름으로 출발해 학전에서 꾸준히 열렸다. 학전은 1991년 개관 이후 김광석이 라이브 공연을 1000회 이상 펼친 곳이다. 박학기는 “오늘 대회는 훗날 큰 아름드리가 될 씨앗을 만나는 자리”라고 말했다.
총 179개 팀이 경쟁을 벌인 예선을 뚫고 본선에 진출한 7개 팀은 김광석의 노래와 창작곡을 각각 1곡씩 불렀다. 참가자 11명은 모두 무대 위에 걸린 사진 속 김광석과 같은 20대였다. ‘기타와 나’ ‘슬픔에 무게가 있다면’ 등 나직이 부른 창작곡들에는 과거 김광석이 그랬듯 앳되고 진솔한 마음이 공통적으로 묻어났다. ‘외사랑’을 부른 서림 씨는 “김광석 노래로 처음 기타를 배웠고, 아버지의 인생 첫 대학로 극장이 학전이다. 이곳에서 노래해 꿈 같다”며 웃었다.
객석을 가득 메운 10∼60대 관객 150여 명은 힘껏 박수를 치며 응원을 보냈다. 최근 학전 폐관 가능성이 알려지면서 본선 티켓은 예매 시작 1분 만에 매진됐다. 오랜 재정난에 김민기 학전 대표 겸 김광석추모사업회장의 건강 악화가 겹쳐 개관 33년 만인 올 3월 잠정 폐관이 결정된 것. 문화체육관광부가 재개관 계획을 발표했으나 아직 구체적인 운영 방안은 나오지 않았다. 학전은 ‘비상업성’ 등 기존 운영 방침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다시 문을 열어도 이 같은 대회를 학전에서 이어가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지난해까지 대회 현장을 지킨 김 대표는 건강상의 이유로 이날은 나오지 못했다.
대상인 ‘김광석 상’은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과 창작곡 ‘청춘예찬’을 부른 이상웅·정지윤 씨에게 돌아갔다. 부상으로 창작지원금 200만 원과 마틴 기타가 수여됐다. 이 씨는 “일곱 살에 부모님과 간 라이브클럽에서 김광석의 노래를 처음 접한 후 가수의 꿈을 키웠다”며 “뜻깊은 자리라 더욱 감사하다”는 소감을 밝혔다. 가창상(성해빈·양은채), 연주상(플릭), 편곡상(민물결), 작곡상(곽다경·신우진), 작사상(김부경), 다시부르기상(서림) 등 나머지 6개 부문 수상자에게는 창작지원금 100만 원과 파크우드 기타가 지급됐다.
올해 심사는 학전 출신 선배들이 머리를 맞댔다. 밴드 동물원의 박기영과 가수 이적, 정원영 호원대 실용음악학부 교수, 권진원 서울예대 실용음악과 교수, 작곡가 김형석, 작사가 심현보, 홍수현 프로듀서 등이 참여했다. 권 교수는 “지난 대회들에선 대견하다고만 느꼈는데 오늘은 찌릿한 전율이 흘렀다”고 심사평을 밝혔다. 그 밖에 김광석의 친형 김광복 씨, ‘서른 즈음에’를 작사·작곡한 강승원도 객석을 채웠다.
대회는 참가자와 심사위원 등이 다 함께 김광석의 히트곡 ‘일어나’를 부르며 끝을 맺었다. 내년에도 이곳에서 김광석의 노래를 들을 수 있기를 바라는 듯한 노랫말이 극장을 울렸다. ‘일어나 일어나 다시 한번 해보는 거야…봄의 새싹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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