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폭운전 추격 블랙코미디… 10부작
스티븐 연, 한국계 최초 남우주연상
‘자신의 경험’을 각본 쓴 이성진 감독…“경적 울려준 운전자에 감사 전한다”
한국계 연출 ‘패스트…’ 수상 불발
한국계 배우와 제작진이 주축이 돼 만든 넷플릭스 드라마 ‘성난 사람들(BEEF)’이 7일(현지 시간) 열린 제81회 미국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TV 미니시리즈 부문 작품상, 남우·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3관왕에 올랐다. 미국 CNN 등 외신들은 ‘백인들의 잔치’라는 비판을 받아온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성난 사람들’이 3관왕이 된 것에 대해 “역사를 썼다”고 평가했다. 특히 영화 ‘미나리’의 주인공으로도 유명한 배우 스티븐 연은 이 작품으로 한국계 배우 중 사상 처음으로 골든글로브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스티븐 연은 “평소에 제가 떠올리는 이야기들은 주로 고립감, 분리된 느낌에 관한 것”이라며 “참 이상하다. 이 자리에 올라오니 떠오르는 건 온통 다른 사람들 얼굴뿐이다. 마치 ‘겨울왕국’ 줄거리 같다”며 수상 소감을 밝혔다.
‘성난 사람들’은 한국계 작가 겸 감독 이성진이 각본을 쓰고 연출, 제작까지 맡은 작품이다. 하나도 되는 일이 없는 도급업자 대니(스티븐 연)가 난폭 운전을 하는 에이미(앨리 웡)에게 앙심을 품고 그를 추격하며 벌어지는 블랙 코미디다. 총 10부작으로 지난해 4월 공개 직후 넷플릭스 시청 시간 10위권 안에 5주 연속 이름을 올리며 흥행했다.
작품엔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살아온 이 감독의 경험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극 중 대니처럼 유년 시절 미국 내 한인 교회에 다녔던 이 감독은 작품에 이민자가 겪는 고립감과 그리움, 무게 등을 섬세하게 담았다. 이 감독은 미국식 이름 ‘소니 리’를 써오다가 영화 ‘기생충’(2019년)이 세계적인 주목을 받으면서 본명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미국인들이 봉준호 감독의 이름을 정확히 부르려고 노력하는 것을 보며 “좋은 작품을 만들면 내 이름을 듣고도 더 이상 웃지 않겠다”는 깨달음을 얻었기 때문이다. 이 감독은 실제 난폭 운전을 당한 경험을 살려 각본을 썼다. 그는 이날 작품상 수상 무대에 올라 “그날 경적을 울려준 운전자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다. 계속 그렇게 경적을 울리고 소리를 지르면서 앞으로도 몇 년간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기 바란다”고 농담을 건넸다. 작품에는 스티븐 연 외에도 조셉 리, 데이비드 최 등 한국계 배우 다수가 조연으로 참여했다.
이 외에도 이번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는 한국계 약진이 눈에 띄었다. 한국계 캐나다인인 셀린 송 감독(36)이 연출을 맡고 한국계 미국인인 그레타 리, 한국 배우 유태오가 주연한 ‘패스트 라이브즈’는 영화 드라마 부문 작품상(드라마 부문), 감독상 등 5개 부문 후보에 올랐지만 아쉽게 수상은 하지 못했다. ‘패스트 라이브즈’는 어린 시절 이민으로 헤어진 남녀가 20년 만에 미국 뉴욕에서 재회하는 이야기로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송 감독은 영화 ‘넘버3’(1997년) ‘세기말’(1999년) 등을 연출한 송능한 감독의 딸이다. 이번 영화는 셀린 송 감독의 첫 장편영화로, 첫 영화부터 마틴 스코세이지(‘플라워 킬링 문’), 크리스토퍼 놀런(오펜하이머) 등 거장들과 감독상에 노미네이트됐다. 후보에 이름을 올린 경쟁자 가운데 최연소이자, 신인 감독으로는 유일하게 후보에 올랐다는 점에서 향후 작품 활동이 기대된다. 이 영화 주연인 한국계 배우 그레타 리도 여우주연상 수상은 불발됐지만 섬세한 연기를 선보여 주목받았다.
한편, 한국계 미국인인 피터 손 감독의 애니메이션 ‘엘리멘탈’ 역시 장편 애니메이션상 후보에 올랐지만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에 밀려 아쉽게도 수상은 불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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