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 ‘따뜻한 밥상’ 심성훈 목사
주말엔 교회로 바꿔 신도들과 예배
“종교 안 가리고 도움 주는 게 중요
사람 먹이는 일이 제 사명이죠”
“청년들이 돈 걱정 없이 배불리 먹고 가는 모습을 볼 때 제일 마음이 좋아서요.”
16일 서울 동대문구 휘경동 ‘따뜻한 밥상(따밥) 외대점’에서 만난 심성훈 따뜻한말씀교회 목사(58)는 목회 활동으로 식당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한 끼 식사에 1만 원이 훌쩍 넘는 시대에 ‘따밥’은 어려운 이들을 위해 단일 메뉴인 김치찌개를 3000원에 제공해 유명해진 곳. 밥은 무한 리필이고 라면과 달걀, 김 등은 각각 500원으로 저렴하다. 전국에 13개 지점이 있고, 지난해 5월 문을 연 심 목사의 외대점은 9호점이다.
―웬만한 동네 김치찌개가 8000∼9000원인데, 이문은 고사하고 재료비도 안 될 것 같습니다만….
“하하하. 지난해 문을 열 때 파 한 단에 2000원 정도였는데, 지금은 5000원이 넘어요. 좀 빠듯해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아직은 운영할 수 있어요. 어떻게 알고 찾아오셔서 1만 원 내고 거스름돈 안 받고 가시는 분도 계시고, 또 쌀을 후원해 주시는 분들도 계시지요. 힘들기는 하지만 돈을 벌려고 하는 건 아니니까요.”
―식당이 곧 교회라고요. 그런데 왜 십자가 하나 없습니까.
“평일에는 식당을 하고 주말에는 여기서 신도들과 예배를 드려요. 그런데 제가 큰 교회에 있으면서 좀 한계를 느꼈던 게, 목사는 99% 기독교인만 만나게 된다는 점이었어요. 저는 종교를 가리지 않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목회 활동으로 식당을 열었지만 여기서는 전도하지 않아요. 종교가 다르거나 없는 분들은 밥 먹으러 왔다가 불편해지니까요.”
―목회 활동을 할 분야는 매우 많지 않습니까.
“몇 년간 위임목사로 있던 곳에서 나온 뒤 따밥 1호점(서울 은평구 연신내)에서 2년 동안 봉사활동을 했어요. 처음에는 서빙을 했는데 점차 재료도 준비하고, 밥과 찌개도 만들게 됐지요. 그런데 생각보다 힘들지도 않았고, 무엇보다 사람들이 맛있게 먹고 가는 모습을 보면 제 마음이 좋은 거예요. 그때 ‘사람을 먹이는 일’이 하나님이 제게 준 사명이라는 생각이 들었지요.”
―손님 대부분이 학생이라고요.
“인근에 대학이 있거든요. 1호점인 연신내점은 어르신들이 많지요. 요즘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화려한 생활을 자랑하는 일부 젊은이들 때문에 상대적으로 가려져 있는데…. 지난해 대학 구내식당에서 1000원에 아침밥을 제공하니까 매우 많은 학생이 몰렸잖아요. 저는 그게 지금 학생들의 경제 상황을 잘 대변해 주는 모습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한 끼를 먹으면 한 끼를 굶어야 하는 학생들도 있으니까요. 이곳도 학기 중에는 하루에 60∼70명씩 오거든요.” ―밥 주는 게 설교보다 좋습니까.
“하하하. 이곳에서 늘 혼자 밥을 먹던 학생이 있었어요. 아주 자주 왔죠. 그런데 어느 날 말쑥하게 차려입고 나타났는데, 목에 삼성증권 사원증을 걸고 있더라고요. 왜 그렇게 마음이 좋던지…. 혼자 늘 귀퉁이에서 밥을 먹던 한 남학생이 어느 날 여자 친구와 함께 오더라고요. 그것도 참 보기 좋았어요. 보통 하루 14, 15시간을 일하기 때문에 고되기는 하지요. 하지만 마음이 즐거우니 좋은 것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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