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민속박물관 소장 가면’ 발간
박물관 가면 응급 보존처리 위해
X레이-적외선-자외선 조사했더니
감춰져 있던 ‘재질’들 드러나… ‘유물보존총서’에 가면 487점 소개
“이렇게 보니 동물 뼈라는 게 잘 보이죠?”
19일 경기 파주시 국립민속박물관 파주관 보존과학실. 박성희 유물과학과 학예연구사가 경남지역 민속 가면극 ‘오광대’에서 사용된 ‘종가 양반’ 가면이 찍힌 X레이 사진을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가면의 왼쪽 볼에 붙은 부속물은 맨눈으로 볼 땐 그저 나뭇가지 같았지만, X레이 사진에선 뼈마디 12개가 선명하게 드러났다. 박 연구사는 “가면에 잘라 붙인 동물 꼬리털을 수염으로 활용했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털이 빠지고 뼈만 남은 것”이라며 “한국 가면이 다양한 재료로 만들어졌음을 알 수 있는 근거”라고 말했다.
박물관은 지난해 12월 유물보존 총서 9편으로 ‘국립민속박물관 소장 가면’을 발간했다. 이번 총서는 박물관이 보유한 가면 1382점 중 487점을 적외선, 자외선, X레이 등으로 조사한 결과를 정리한 것이다. 2018년 나무로 제작된 가면 일부가 오염돼 응급 보존처리를 하다가 가면 전반에 대한 조사로 확장해 총서를 내게 됐다. 책에는 나무(132점), 바가지(165점), 종이(188점), 금속(2점) 등 재질별로 가면 110점에 대한 세부조사 기록과 나머지 377점에 대한 사진들이 담겼다.
예컨대 바가지 가면 ‘말뚝이’의 X레이 촬영 과정에선 코에서 둥그런 솔방울이 발견됐다. 하인인 말뚝이는 극 중 양반의 무능을 비꼬는 핵심 역할을 담당한다. 박 연구사는 “보통 바가지 가면에는 나무로 만든 코를 많이 쓰는데 솔방울이 쓰인 건 독특한 경우”라며 “각종 자연물을 슬기롭게 이용한 조상들의 재치를 엿볼 수 있다”고 말했다. 동물의 털가죽에 바가지를 덧대 만든 ‘모(毛) 양반’ 가면에선 코 모양대로 채워진 털실의 흔적이 X레이로 포착됐다.
잃어버린 줄 알았던 양반 나무가면이 새로 발견되기도 했다. 적외선 촬영을 통해 거의 지워진 가면 수염의 먹선을 찾아낸 것. 이 먹선이 1965년 촬영된 고성 오광대 영상에 나오는 가면과 일치한다는 점을 알아냈다. 물체에 적외선을 비추면 맨눈으로 잘 보이지 않는 그림선을 또렷하게 확인할 수 있어 가능했다. 연구진은 과거 가면극 영상과 사진자료를 샅샅이 뒤지며 소장된 가면들의 역사를 추적했다.
소장 유물들의 상태를 상세히 조사하는 건 보존처리에서 중요하다. 김윤희 유물과학과 연구사는 “의사가 환자의 병을 진단하는 것과 비슷하다. 문화재 상태를 육안과 각종 광선으로 살펴 미처 못 본 결함이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물관은 올해 말 소장 중인 만인산(萬人傘·고을 백성들이 지방관의 공덕을 기리며 바치던 양산)의 보존처리 및 분석 결과를 담은 유물 총서를 발간할 예정이다.
파주관 1층의 열린 보존과학실에서는 이번 총서에 수록된 가면 중 보존처리를 마친 5점을 볼 수 있는 ‘가면 톺아보기’ 전시가 올 11월까지 진행된다. 이와 함께 경복궁 본관에서는 한국, 중국, 일본 가면과 가면극을 비교해 볼 수 있는 ‘가면의 일상, 가면극의 이상’ 전시가 3월 3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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