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60년대. 가난했던 대한민국에는 형편이 어려워 학교에 못 가는 아이들이 많았다. 신문 배달, 구두닦이, 남의 집 식모살이로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가던 아이들. 영규도 신문 배달을 하며 꿈을 키워가던 아이다. 당장은 고달프지만 희망을 품고 미래를 꿈꾸며 늘 씩씩하게 생활했다.
그러던 어느 날 새벽 신문 배달을 하던 영규는 골목에서 납치 사건을 목격한다. 여럿이 한 남자를 폭행하고 어디론가 끌고 가는 것을 덜덜 떨면서 지켜봤던 것. 영규는 범죄 현장의 유일한 목격자가 된다. 현장에서 발견한 것은 자유당 완장. 영규는 그것을 손에 꼭 쥔 채로 집으로 달려간다.
정의감에 불탄 영규는 친한 친구 홍철이, 말숙이와 함께 ‘하나마나 탐정단’을 결성한다. 아이들은 동네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범인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그 과정에서 알게 된 3·15 부정 선거와 부정부패, 동시에 민주주의를 바라는 시민들의 엄청난 열망. 혼란스러워진 아이들은 진실을 위해 힘껏 내달린다. 독재를 막아내고 짓밟힌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기 위해 시민과 학생들이 거리로 뛰쳐나와 목소리를 드높이는 현장. 거기, 그날을 함께한 영규, 홍철이, 말숙이를 통해 4·19 혁명의 뜨거운 열기를 마주한다.
신간은 영규, 홍철이, 말숙이, 어린이 삼총사가 4·19 혁명을 직접 겪으며 거리에서 만난 시민들, 언니 오빠의 모습 등을 생생히 담아낸 역사 동화다. 1960년대를 살다 간 시민들이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얼마나 애썼던가. 부정부패에 맞선 국민들의 용기와 희생, 그 무겁고 엄숙한 이야기가 아이들 특유의 시선으로 읽힌다.
책을 덮을 때쯤 궁금해진다. 2024년의 영규는 어떤 모습으로 변해있을까. 어떤 신념을 가진 어른이 되어있을까. 그리고 지금의 사회와 정치를 어떻게 느낄까. 문득 혁명의 현장에서 당당하게 자리를 지켰던 하나마나 탐정단 어린이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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