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최고(最古)의 연극상인 동아연극상은 실험극장, 연우무대 등 걸출한 극단과 고 백성희 여운계, 신구, 박정자, 박근형, 오현경, 최불암, 최민식 등 수많은 배우를 배출한 한국 연극사 그 자체다. 올해로 환갑을 맞은 동아연극상의 자취를 숫자를 통해 알아봤다.
#1964년
동아연극상은 한국 연극의 저변 확대와 발전을 목표로 1964년 창설됐다. 본보에 게재된 제1회 동아연극상 참가 요강에 따르면 대상 수상작에는 상금 30만 원이, 연기상 수상자에게는 고급시계 1개씩이 주어졌다. 당시 자장면 한 그릇 가격이 15∼30원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대상 수상작엔 자장면 최대 2만 그릇이 주어졌던 셈이다. 이 금액은 당시 한 해 내내 작품을 제작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현재 상금은 1000만 원. 제1회 시상식은 서울 중구 드라마센터 극장에서 열렸으며, 극단 실험극장의 연극 ‘리어왕’이 대상작으로 선정됐다.
#3번
동아연극상이 열린 60년간 가장 상을 많이 받은 배우는 누구일까. 연기상을 각각 3회씩 거머쥔 후 지금까지도 활발한 연기 활동을 펼치고 있는 신구(88)와 박정자(82), 이혜영(62)이 그 주인공이다. 신구는 연극 ‘나도 인간이 되련다’ 인민위원장 역 및 ‘포기와 베스’ 크라운 역(제3회), 박정자는 연극 ‘어디서 무엇이 되어 만나랴’ 온달모 역(제7회), 이혜영은 연극 ‘사의 찬미’ 윤심덕 역(제25회) 등으로 연기상을 수상했다. 신구는 과거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동아연극상을 받자 세상이 내게 배우라는 이름표를 달아준 기분이었고, 더 치열하게 연기를 하게 만들었다”고 밝혔다.
#제28회·50회
제28회 동아연극상이 열린 1991년은 한국 연극사에서도 이정표가 된 해다. 당시 배우를 제외하면 연극판에서 여성 인력을 찾아보는 것 자체가 어려웠던 시절, 연출상 부문에서 여성 수상자가 처음으로 배출된 것. 배우 신구 김재건, 고 서희승 등이 출연한 연극 ‘사로잡힌 영혼’으로 동아연극상 연출상을 받은 김아라 연출가(68)는 그해 35세의 나이로 국립극단 사상 첫 여성 연출가로 부임했다. 제50회 동아연극상에선 사상 첫 외국인 수상자가 나왔다. 연극 ‘가모메’로 연출상을 받은 일본인 다다 준노스케 씨가 그 주인공. 그는 수상 당시 “한국의 권위 있는 연극상인 동아연극상 수상 소식을 듣고 일본 연극계도 굉장히 놀라고 고마워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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