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어떻게 난세의 승자가 되었는가/아베 류타로 지음·고선윤 옮김/212쪽·1만7800원·페이퍼로드
대전(大戰)에는 두 가지 유형의 장수가 있다. 제2차 세계대전에 대입한다면 천재적이지만 다혈질의 야전사령관 더글러스 맥아더와, 야전 능력은 부족하지만 인내심으로 주변 장수들을 묶어낼 수 있는 조지 마셜 같은 부류다. 다이묘들이 맞서며 난세가 펼쳐진 15∼16세기 일본 전국시대(센코쿠시대)에선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후자에 해당하지 않을까.
저자는 나오키상을 수상한 일본 역사소설가로, 이에야스의 일대기를 그린 대하소설을 쓰면서 탐구한 내용을 이 책에 압축적으로 정리했다. 전국시대에 관한 일본 역사학계의 최신 이론을 담아 유럽의 대항해 시대가 당시 일본 열도에 미친 영향을 다각도로 풀어냈다. 예컨대 포르투갈에서 전래된 화승총은 다이묘들의 전투 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꾸는 계기가 된다. 특히 화승총 제작에 필요한 납을 태국의 송토 광산에서 수입해 오는 등 글로벌 공급망을 활용하기에 이른다.
화승총을 도입해 연전연승한 오다 노부나가에 비해 이에야스는 지략이 떨어져 여러 전투에서 패했고, 영지를 몰수당하는 위기에 처한다. 그럼에도 이에야스가 최후 승자가 된 것은 일본에 정토(淨土)를 세우겠다는 비전을 세우고, 끊임없이 인내하며 신중히 처신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저자의 결론이다. 자신에게 패배를 안긴 적장 다케다 신겐의 전투법을 배우며 와신상담한 모습도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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