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서 어미를 따라오는 가냘픈 새끼 사슴 두 마리를 보고 ‘상처투성이 모성’에 대한 책을 떠올렸습니다.”
소설 ‘흐르는 강물처럼’(다산책방)의 미국인 저자 셸리 리드(사진)는 집필 계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신간은 미국 콜로라도 이주민 5세대로 웨스턴콜로라도대 교수로 30여 년간 재직한 그의 데뷔작이다. 1970년대 콜로라도 아이올라 수몰 지역을 배경으로 자전적 이야기를 풀어냈다. 12년간 집필해 한국 등 34개국에서 출간된 신간은 곧 영화로도 제작된다.
책에는 강인한 생명력을 지닌 17세 소녀 ‘빅토리아 내시’가 등장한다. 복숭아 과수원집에서 무뚝뚝한 아버지와 폭력적인 남동생, 괴팍한 이모부 틈에서 묵묵히 살아가던 빅토리아의 인생은 이방인 윌슨 문과 사랑에 빠지면서 바뀐다. 마을에서 배척당하던 윌슨이 잔인하게 살해당하고, 빅토리아는 윌슨과의 사이에서 임신한 아이를 지키고자 산꼭대기로 도망친다. 그리고 무사히 아이를 낳는다. 리드는 “빅토리아 캐릭터에는 지역 목장과 산악 공동체에서 알고 지낸 많은 겸손한 여성의 자질이 묻어 있다”며 “타인의 기대에 순응하며 살던 빅토리아가 윌슨을 만난 순간부터 한 꺼풀씩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드러낸다”고 말했다.
강을 댐으로 막으면서 마을은 저수지가 될 위기에 처한다. 이에 빅토리아는 집안에 수 대째 내려온 복숭아나무를 옮겨 심고자 과학자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등 최선을 다한다. 리드는 “빅토리아를 포함한 캐릭터들은 모두 성실하고 결단력이 있다. 하나같이 슬픔 앞에서도 무너지지 않는 강인한 모습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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