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책 만화만 펴낸 日업체와 달리
韓웹툰, 日플랫폼 발빠르게 장악
카카오 등 작년 거래액 2조원 육박
“日시장 교두보 삼아 세계진출 필요”
한국 웹툰 ‘입학용병’은 네이버의 일본 웹툰 플랫폼 ‘라인망가’에서 지난해 총 10억 엔(약 89억 원)의 거래액을 올렸다. 한국에서 2020년부터 네이버웹툰에 연재된 이 작품은 주인공이 비행기 추락 사고를 겪은 뒤 우연히 전투 능력을 갖추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2021년부터 라인망가에 연재된 뒤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일본 만화계의 인기 장르인 학원 액션물이라는 점과 더불어 일본 내 한국 웹툰 플랫폼의 성장세가 영향을 미쳤다. 입학용병의 YC 작가는 “연재를 시작했을 때만 해도 이렇게 빨리 성공할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며 “일본에서 많은 사용자를 확보한 라인망가 덕분에 만화 강국 일본에서 많은 독자들과 연결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국 웹툰이 일본 시장에서 잇따라 성공을 거두고 있다. 카카오의 일본법인 카카오픽코마(구 카카오재팬)가 운영하는 현지 웹툰 플랫폼 ‘픽코마’는 지난해 거래액이 1000억 엔(약 8874억 원)을 넘겨 2016년 출시 이후 최고 기록을 세웠다. 네이버웹툰 산하 라인망가와 이북재팬의 지난해 거래액도 1000억 엔을 달성했다. ‘재혼황후’, ‘약탈신부’처럼 일본 내 월 거래액이 1억 엔(약 8억9000만 원)을 넘기는 한국 웹툰도 등장하고 있다.
일본 시장에서 한국 웹툰이 인기를 끄는 건 라인망가, 픽코마 등의 플랫폼이 일본 시장을 장악했기 때문이다. 기존의 종이책 만화만 펴내던 일본 업체 대신 한국 웹툰 업체들이 스마트폰으로 만화를 보는 일본 젊은층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다. 라인망가를 운영하는 ‘라인디지털프론티어’의 김신배 최고성장책임자(CGO)는 “일본 만화는 오랜 역사와 두꺼운 팬덤을 기반으로 거대 만화 시장을 갖고 있다”며 “모바일로 작품을 감상하는 젊은 독자가 꾸준히 늘고 있지만 아직 디지털 만화 시장은 작은 편이라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한국 웹툰 업체가 일본 현지 웹툰을 발굴하기도 한다. 일본 제작사가 만들어 라인망가에 연재한 웹툰 ‘신혈의 구세주’는 지난달 거래액이 1억2000만 엔(약 10억7000만 원)에 달해 라인망가에 연재된 일본 웹툰 중 최고액을 기록했다. 세계 만화 시장에서 일본의 위상이 막강한 만큼 일본에서 성공한 웹툰은 미국, 유럽에서도 환영을 받는 경향이 있다.
애니메이션을 만들기 쉬운 점도 일본 시장에 진출하는 이유다. 지난해 국내에서 개봉돼 480만 명이 관람한 애니메이션 ‘더 퍼스트 슬램덩크’처럼 일본은 만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애니메이션에서 세계적 강국이다. 박태준만화회사가 지난해 7월 일본법인 ‘더그림엔터테인먼트 재팬’을 세우고, 한국 웹툰 ‘싸움독학’을 TV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 올 4월부터 일본에서 방영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샛별 더그림엔터테인먼트 재팬 법인장은 “일본에선 출판 만화를 원작으로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미디어믹스 시장의 규모가 크다. 한국 웹툰을 기반으로 한 미디어믹스도 연달아 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융희 문화연구자(전 세종사이버대 만화웹툰창작과 겸임교수)는 “일본은 만화를 애니메이션뿐 아니라 음악, 게임, 여행 등 다양한 콘텐츠로 만들기에 좋은 여건을 갖추고 있다”며 “일본 시장을 한국 웹툰의 세계 진출 교두보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댓글 0